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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후 사흘 동안은 전화기가 불이 나더니 지금은 한 박자 쉬어가는 분위기입니다. 매수자들의 관심은 여전한데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을 대거 회수하고 있어 거래 가능한 물건이 거의 없습니다."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직후 과열조짐을 보이던 인천 송도 부동산 시장에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진행되면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급매물이 아니면 집주인들은 매물의 대부분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매수 희망자들은 갑작스럽게 오른 가격 때문에 매수 시기를 재느라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반면 미분양 아파트 시장에는 서울·수도권 투자자들이 몰리며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송도동 K공인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 시장은 호가는 오르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분양권 시장이나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고 말했다.
◇ 기존 주택시장 호가만 들썩…모델하우스는 북적=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송도의 기존 아파트 시장은 호가(呼價)는 꾸준히 오르는데 매물이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집주인과 매수 희망자 사이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면서 일단 매물을 거둬들이고 보자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더샵 퍼스트월드' 113㎡형은 최근 4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일주일 전만해도 3억9,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었지만 현재는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이다. '송도 풍림 아이원' 110㎡형도 현재 3억4,000만원 안팎이다. 일주일 사이 1,0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른 것.
O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중개업소 전화 자체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며 "가격을 올리려는 사람보다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 눈치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 모델하우스는 하루 평균 100여팀이 방문하고 있다. 계약도 이미 150건에 이를 정도다.
손봉균 오케이개발센터 이사는 "계약자의 70% 이상이 인천 이외 지역 고객"이라며 "3~4년 후 송도의 미래가치를 기대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실적 미진…'기대 반 우려 반'의 송도= GCF 사무국 유치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과열 조짐이 다소 주춤해 진 것은 송도 개발 사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때문이다. 지금까지 투자 유치가 순조롭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부추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송도경제자유구역은 크게 ▦국제업무지구 ▦첨단산업 클러스터 ▦바이오 단지 ▦송도랜드마크시티 ▦지식정보산업단지로 나눠 개발되고 있다. GFC 사무국이 들어서는 아이타워는 국제업무지구에 있으며 이 곳이 송도경제자유구역의 핵심이다.
하지만 주요 개발사업은 여전히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시공사와 분쟁이 계속되면서 최초 계획보다 3년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랜드마크시티에 들어설 인천타워 역시 내년 완공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송도복합쇼핑센터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해 삼성그룹의 바이오사업 투자에 이어 이번 GCF 사무국 유치가 향후 투자자 모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CF 사무국의 경우 앞으로 8,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데다 8,000명 가량의 인원이 상주할 전망이어서 향후 대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유입이 확대돼 사업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GCF 사무국 유치가 송도뿐만 아니라 영종, 청라 등 다른 경제자유구역에 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송도의 미래가치에 투자해야"=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GCF 사무국 유치가 대형 호재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거시경제 및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조심스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GCF 유치 효과는 적어도 4~5년 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데다 세계 경제 상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본부장은 "기존 주택시장보다 미분양아파트나 분양권 시장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는 시장의 판단"이라며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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