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좁고 굽 높은 신발, 발가락 신경·조직 압박
착용기간에 비례 … 환자 5명 중 1명은 50대女
앞 볼 넉넉하고 편한 신발만 신어도 예방 가능
외출 후 족욕·발근육 강화 스트레칭도 도움
증상 심하면 약물치료·신경종 절제 수술 고려
젊은 시절 작은 키 때문에 하이힐을 즐겨 신었던 주부 김정한(52)씨는 2년 전부터 발 앞쪽에 통증이 시작됐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으면 증세가 나타났다가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없어져 무심히 넘겼는데 점점 통증이 심해졌다. 발 앞쪽 통증을 피하기 위해 걸을 때 발뒤꿈치로 내딛다 보니 발바닥 전체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 임시방편으로 발가락과 발바닥에 밴드를 붙이고 붕대를 감았다. 지독한 통증으로 걷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 병원을 찾은 김씨는 '지간신경종' 진단을 받았다.
발가락에 분포하는 신경 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는 섬유화가 이뤄져 통증을 유발하는 지간신경종이 중년 여성의 발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간신경종은 폭이 좁고 굽이 높은 하이힐 등을 착용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젊은 여성보다 중년여성의 발병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만165명이던 지간신경종 환자 수가 지난해 1만1,550명으로 최근 4년 사이 13%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환자 수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여성 환자가 311명에 불과한 반면 50대 여성 환자 수는 2,282명으로 환자 5명 중 1명은 50대 여성이었다.
지간신경종은 '몰톤 신경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생소한 질환 이름과 달리 비교적 흔한 발 질환이다. 발가락에 분포하는 족저신경의 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는 섬유화가 이뤄져 생기는데 3~4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8~10배 정도 많이 발병하는 것이 특징이다. 굽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을 긴장시키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또 발가락이 휜 무지외반증이 있는 중년 여성에게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이동현 강북힘찬병원 과장은 "굽 높은 구두를 자주 신게 되면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이 긴장하고 압박을 받아 지간신경종이 발생하게 된다"며 "뾰족한 신발의 착용기간과 비례해 발생하기 때문에 중년 여성에게 많고 주로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발이 불편해 정형외과를 찾는 중년 여성 2명 중 1명은 지간신경종 환자"라고 말했다.
통증이 주로 발가락으로 뻗치면서 저리고 화끈거리며 양말을 신거나 발바닥에 껌이 붙은 것처럼 감각이 둔해지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방치하기 쉬운 질환이다. 때로는 발바닥에 불이 난 것처럼 뜨거운 이상 감각이 생기고 심한 경우 발가락이 저리고 무감각한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발 앞쪽 통증이 심하고 이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신경이 눌려 두꺼워지는 병인 만큼 발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이 원인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에 주로 발생하며 여러 군데에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남성은 드물게도 축구선수나 발레리노인 경우 축구화와 토슈즈가 발을 압박해 발생한다. 축구 선수 박주영도 한때 지간신경종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이동현 과장은 "주로 신발을 신고 있을 때 증세가 나타나므로 어디서든 자꾸 신발을 벗게 되면 의심해볼 수 있다"며 "신경이 눌리는 증세는 찌릿한 증세와 저린 증세, 아픈 증세 등 아주 다양하며 환자의 증세를 들어보고 발가락 사이를 만져보면 아프면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고 진단방법을 설명했다.
대부분 증세와 진찰 소견으로 진단이 가능하나 확실한 진단과 신경종의 크기를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 우선 지간신경종은 볼이 넉넉해 편안한 신발만 신어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며 초기에는 부드러운 패드나 기능성 깔창이 깔린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증세가 심한 경우 약물 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 주사요법 등을 시행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비수술적 치료를 2~3개월 이상 받은 후에도 증세가 지속될 경우 신경종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지간신경종을 예방하려면 앞볼이 좁은 플랫슈즈나 앞볼에 압력을 가하는 하이힐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하이힐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신지 않도록 하고 플랫슈즈도 착용 1~2시간에 10분 정도는 신발을 벗고 발가락을 움직여보거나 주물러주는 것이 좋다.
플랫슈즈는 창이 얇더라도 신발 내부에 도톰하게 쿠션 처리가 돼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앞부분이 좁고 특히 위에 장식이 달린 디자인은 발가락을 더욱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장식이 앞코에 달리지 않은 신발이 발가락에 한결 편하다. 앞코와 입구 부분이 너무 좁은 신발도 발가락을 심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코와 입구 사이가 넉넉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출 후에는 미지근한 물에서 약 5~10분 정도 족욕을 하며 발목과 발가락을 마사지하면 효과적이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는 등의 스트레칭으로 발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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