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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25일] 체육계 파벌 다툼, 정부가 중재를
입력2009-09-24 20:08:52
수정
2009.09.24 20:08:52
강동효 기자
기자는 어린 시절 태권도를 배웠다. 승단 심사를 받기 전날 밤잠을 설치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심사 당일 겨루기에서 상대 발차기를 피하려다 마루에 넘어지며 턱을 다쳤지만 당당하게 합격해 검은띠를 매게 됐다.
하지만 태권도를 배웠던 자랑스러운 기억이 이제는 창피함으로 바뀌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국위 선양과 생활체육 발전에 이바지했던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은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이사장과 이사가 두 파벌로 나뉘어 공공연하게 몸싸움이 오가는가 하면 승단 심사비 부당 징수, 협회비 착복 등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밝혀지면서 '국가적인 수치'로 전락했다. 지난 23일에는 파벌 다툼으로 이사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지도부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비단 태권도뿐 아니다. 대한체육회 산하 55개 경기단체 가운데 대부분이 파벌 다툼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참담한 성적을 낸 박태환은 "수영계 파벌이 많아 힘들었다"고 말했고 복싱계는 전ㆍ현직 집행부의 파벌 싸움으로 국제아마추어복싱협회로부터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망신을 당했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체육계의 파벌 싸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리라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결국 해당 종목으로 인한 국민적 불쾌감은 커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간다.
사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 싸움은 정부가 나서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야구ㆍ축구 등 인기종목을 제외하면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의 돈줄은 사실상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양궁 등 재정자립도가 50%를 넘지 않는 종목이 28개가 넘는다. 정부는 올해만 55개 단체에 475억원을 지원했다.
경기단체에는 지원금을 일절 중단하고 선의의 관리자를 보내 대표팀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직접 지원하면 된다. 또 경기단체의 회장찬조금 등 기부금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부패의 소지를 막으면 파벌 다툼은 해소할 수 있다. 경기단체의 임원이 이권을 챙길 수 없고 봉사하는 위치라는 인식이 퍼지면 자리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어진다.
체육 종목에 주는 지원금은 국민의 세금이다. 정부가 나서면 투명한 세금 관리와 건전한 체육 정책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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