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이 쌓인 지방 부동산시장에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은 초강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전세물건은 품귀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과거 중대형 위주로 공급이 이뤄지면서 봄 결혼 시즌을 맞아 신혼부부들이 찾는 소형물량 자체가 부족한 탓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부산ㆍ대구ㆍ울산 등에서도 전세로 나온 중소형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지역이 대구 수성구다. 이곳은 악성 미분양을 견디다 못한 건설사들이 지난해 초 입주물량을 대거 임대로 돌리기도 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중소형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가량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소형 전세의 경우 물건이 없어 대기수요가 많다"며 "특히 신혼부부의 경우 신규 아파트를 선호하는데 신규 아파트 중소형 매물은 공급면적 102㎡형이 1,000만~2,000만원 오른 1억7,000만~1억8,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E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미분양 물량은 132㎡ 이상의 대형 평형"이라며 "임대로 전환된 중소형은 바로 물량이 동났다"고 말했다. 울산과 부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역시 미분양 아파트는 넘쳐나지만 대형ㆍ고급 아파트 위주로 공급된 탓에 중소형은 물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울산 중구 태화동의 R중개업소 관계자는 "중소형은 몇 년째 공급부족이어서 이사철만 되면 전세물건이 부족하다"며 "깨끗한 집의 85㎡형은 1억3,000만~1억5,000만원이 평균값"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주택이 많은데도 전세물건이 부족한 것은 이들 지역에 필요한 아파트는 중소형인데 이를 무시하고 중대형 위주로 공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영산대 부동산학과가 지난 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산과 울산의 경우 분양물량 가운데 132㎡ 이상 대형 아파트의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대구 지역에서 80㎡ 아파트의 지난해 입주물량은 725가구에 불과했다. 해마다 2,000가구 이상 공급되던 소형 주택의 공급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 여기에 매매 수요가 실종된 것도 전셋값이 상승한 원인으로 꼽힌다. 울산 태화동의 W중개업소 관계자는 "102㎡ 기준으로 전셋값이 2억원이며 매매가격은 3억원 정도"라며 "수년째 집값이 오르지 않아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찾는다"고 전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지사장은 "대구 지역의 경우 중대형 위주로만 공급돼 학군 수요가 일어나는 겨울방학과 봄 결혼 시즌에는 소형 물건의 전세 품귀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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