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9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민주화 관련 9개 법안도 이와 함께 당론 발의했다.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논의에 본격적인 칼을 빼든 것이다. 새누리당 역시 최근 경제민주화 논쟁이 극렬한 만큼 관련 입법 논의가 19대 국회에서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경제민주화 관련 9개 법률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우선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출총제 재도입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행위규제 강화 방안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됐다. 홍종학 의원과 김기식 의원이 각각 지난달 26일, 18일 대표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도 당론으로 추인됐다. 홍 의원의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법인들의 배당 소득에 대한 법인세 과세 방안이,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차단하는 금산분리 강화 방안이 담겨 있다.
또 ▦중대한 기업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 등의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 ▦국가 발주 사업에서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도록 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포함됐다.
이 밖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 방안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기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당론 발의됐다.
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당론은 지난 4ㆍ11 총선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입법화한 것이다. 앞으로의 대선 정국에서 새누리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을 가장 앞자리에 배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해찬 대표는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에 나서겠다는데 (그렇다면) 재벌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각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논의를 거쳐 ▦대기업 법인세 신규 과표 구간 신설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비과세 감면에 대한 단계적 축소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금융지배구조 개선 및 인사 개혁안 등도 조만간 당론화할 방침이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당론화하지 못한 세제 관련 논의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함께 검토한 뒤 당론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지만 새누리당 역시 경제민주화를 이번 대선 정국을 좌우할 키로 삼고 있긴 마찬가지다. 출총제와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등의 경우 당내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에서 입법화를 추진 중이며 ▦경제 사법의 처벌 강화 ▦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은 당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국회 소속의 한 전문위원은 "표 확장이라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같은 여야가 결국 비슷한 내용의 경제민주화 관련 법률을 잇따라 내놓을 수밖에 없고 국회 초반 논의도 이에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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