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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이브리드 문화상품' 한류


지난달 21일 한국연구재단의 '사회과학한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류와 아시아 문화공동체' 국제회의가 국내에서 열렸다. 중국ㆍ일본ㆍ대만ㆍ홍콩의 한류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기 나라에서의 한류의 현황과 미래에 관해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예상 밖이었다. 한일 간의 갈등으로 최근 한류의 인기가 주춤한 상태라는 일본 학자의 발표는 그러려니 했지만 중국ㆍ대만ㆍ홍콩에서도 한류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발표는 매우 놀라웠다. 우리가 한류에 대해 얼마나 자의적으로 판단해왔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다문화 흡수 강점, 천편일률 약점

중국과 홍콩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출생의 비밀'과 같은 천편일률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전제들이다. 처음 한두 번은 흥미를 끌었지만 지금은 개그콘서트식으로 말하자면 '심해도 너~무 심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태국 드라마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른데 한국 상품이나 아이돌의 인기는 높지만 그것이 한국에 대한 호의로 발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만은 아직까지도 지난 1992년 국교 단절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에 한국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한다. 특히 한국이 한류 상품만 수출하려 하고 대만의 문화 상품 소개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에 불만이 많다고 한다.

필자는 한류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민족주의적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한류가 한국인의 문화적 우수성을 나타내고 한국의 대표적 문화산업으로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에 중요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전적으로 틀린 시각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진실이 아닐뿐더러 향후 한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류는 한국 문화의 특징을 보여주는 문화 상품이 아니다. 한류는 한국이 일본ㆍ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유럽의 문화까지 흡수해서 만들어낸 세계적인 하이브리드 문화 상품이다. 최근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포함해서 한국 K팝의 성공에는 미국ㆍ유럽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뮤지션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만 강조한다면 우스울뿐만 아니라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류를 경제적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문화산업으로만 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류는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문화적 현상을 '제로섬 게임'의 경제원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류 확산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각 나라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책적으로 한류를 견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쌍방향 교류·융합 힘써야 생명력

그렇다면 한류의 지속적 확산을 위해 어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할까. 필자는 하이브리드 문화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한류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문화를 융합해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문화다. 따라서 아시아 또는 전 세계의 지역 문화를 계속 융합해 각 나라별로 독특한 하이브리드 문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아시아 각국의 가수들과 공동작업을 한다든지, 공동으로 공연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과 여러 나라들이 진정한 쌍방향적 문화 교류를 이룰 수 있고 그럴 때 비로소 한류가 각 나라에서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문화로서의 한류가 확산될 때 한류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 교류의 중심에서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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