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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급식 예산 3년새 2배 이상 급증
되레 도움 절실한 취약계층에 쓸 자금 부족
보편복지 가더라도 비용은 소득별로 차등
外人 노동자수 맞먹는 기초생활자도 정비를
무상 보육·급식 등 보편복지는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는데도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국형 복지 대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져 나온 예산 부담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교육청 간 갈등이 앞으로 닥쳐올 재정위기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진단한 뒤 이대로 간다면 한국 복지제도가 지속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편복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원리를 기초로 하고 선별복지는 빈곤층 등 도움이 필요한 일부 계층에 중점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테면 무상 보육·급식과 국민연금·기초연금·건강보험 등은 보편복지에 해당하고 공적 부조인 기초생활보장제는 선별복지에 포함된다. 하지만 보편복지라고 해서 선별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의 경우 65세 이상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제 지급은 소득 하위 70%에만 이뤄진다.
개념만으로는 보편복지가 더 이상적인 패러다임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부족한 재원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185명 등이 사실상의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복지 디폴트가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예산부족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보편복지가 맞겠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는 현 단계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제한하는 선별복지가 맞다"며 "복지의 기본은 소득 약자인 취약계층부터 챙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하는 보편복지 서비스가 단기간 내 너무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이다.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무상) 보육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나간 측면이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장기요양 서비스도 수요가 있기는 하나 공급 측면에서 버블이 있고 재정누수가 심각하다. 무상급식도 마찬가지다. 최근 재정이 낭비되고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고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 시행된 제도가 많다"고 진단했다.
보편복지의 소요재원 추이를 살펴보면 '예산 먹는 하마'라 할 법하다. 보육료지원금과 양육수당·누리과정지원금 등을 합한 무상보육 예산은 2011년 4조9,514억원에서 지난해 10조3,548억원으로 3년 사이 2배나 늘었다. 무상급식의 경우 같은 기간 9,351억원에서 2조6,239억원으로 폭증했다.
전체 복지예산 증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을 '1'로 놓고 보면 보편복지 쪽의 예산이 늘어날 경우 그 증가분만큼 돈이 선별복지로 못 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선별복지 대상인 취약계층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 면에서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보편복지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지원이 필요없는 계층에 대한 보편복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맛없는 밥'으로 여겨지는 무상급식과 고소득층의 어린이집 시설 무료 이용, 부유한 어르신의 지하철 공짜 탑승 등이 그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복지 가운데 일부는 선별복지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종천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보편복지는 납세자가 낸 세금에서 복지전달 비용(수수료)이 차감된 후의 금액으로 복지혜택을 받는다는 모순이 존재한다"며 "뿐만 아니라 보편복지는 사실상 혜택이 필요하지 않은 국민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선심을 베푸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많은 보편복지를 선별복지로 바꾸는 것이 급선무"라며 "보편복지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복지를 꼼꼼히 뜯어보면 무상으로 받는 복지 비율이 60%나 된다"며 "기초연금과 요양보험, 장애인수당, 무상 급식·보육 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조합하는 대안도 있다고 말한다. 안상훈 교수는 "보육이나 급식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 서비스를 하더라도 비용부담은 소득차등으로 해도 된다"며 "대표적으로 스웨덴이 보육이용료를 소득별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도 "보편적 복지를 하되 이용료는 차등 부과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복지제도를 무상 시스템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별복지 부문에서도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오 특임교수는 "10년 이상 기초생활 급여를 받는 사람이 전체 수급자의 30%를 차지한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누리는 혜택이 지나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급자 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 수와 엇비슷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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