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독일 월드컵의 챔피언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슬로 스타터'로 꼽힌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췄지만 초반 고전을 거듭하다 16강 진출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통산 4승을 거둔 이탈리아는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첫 판 무승부를 기록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15일(한국시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F조 조별리그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팀다운 날카로움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39분 안톨린 알카라스(브뤼허)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다녔다. 좀처럼 실마리를 풀어가지 못하다가 후반 18분 시모네 페페(우디네세)의 코너킥을 다니엘레 데로시(AS 로마)가 차 넣으면서 간신히 동점을 이뤄냈다. 마르첼로 리피 이탈리아 감독은 "수비에 치중한 파라과이를 상대한 경기였다"며 "우리는 공격력을 좀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경기는 꼭 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무척 실망했다"며 노골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4일 밤 열린 E조 일본과 카메룬의 경기에서는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24ㆍCSKA 모스크바)가 일본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전반 39분 결승골을 터뜨려 1대0 승리를 이끈 혼다는 일본에 원정 월드컵 첫 승리를 선사하며 단숨에 국민적 영웅으로 탄생했다. 혼다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은 네덜란드ㆍ덴마크ㆍ카메룬이 버틴 E조에서 16강 희망에 청신호를 밝혔다. 2005년 프로에 데뷔한 혼다는 2008년부터 네덜란드 VVV 펜로에서 64경기 동안 24골을 터뜨린 뒤 지난 1월 러시아의 CSKA 모스크바로 이적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세비야 FC(스페인)를 상대로 1대1 동점에서 결승 프리킥 골을 넣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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