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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학 다양성 VS 선택·집중


바티칸 박물관에는 한해를 보내며 새해를 시작하는 1월(January)이 유래됐다는 로마 신화 야누스(Janus)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있다. January는 동전의 양면처럼 한 개체가 가지는 이중성을 의미한다. 가는 해와 오는 해, 손등과 손바닥, 밝음과 어둠, 삶과 죽음,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등 역시 동전의 앞과 뒤 같이 결국 연속성을 내재한 하나인 셈이다. 사느냐 죽느냐도 이분법적 흑백 논리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다. 영속성을 가진 다양성 스펙트럼으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외침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은 양면성 지녀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의 위치는 죽느냐 사느냐와 같은 이분법적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선배 과학자들은 경이로운 경제발전의 세계적 모델이 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희생적 역할을 묵묵히 담당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은 투자 대비 이윤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미흡하다고 임의로 평가절하한 나머지 새로운 집권세력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정황을 되새김질하면서 소모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동안 여러 자태의 관리인들이 등장해 저마다 진단과 처방을 내놓고 보약도 달여주고 때로는 검증되지도 않은 무면허성 시술도 해보았지만 과학기술이라는 거대집단은 아직껏 실적 위주라는 약탕기로는 큰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양식이 있는 자라면 모두 동감한다. 이제는 오래된 동맥경화증후군 환자처럼 이 약, 저 약 다 써도 잘 치유되질 않는 만성증후군으로 보이니 안타깝다. 그동안 '선택과 집중'이라는 낯익은 용어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경제적 정책일 것으로 강력히 주장해온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지금쯤 과학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최선인지 깊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학과 산업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처럼 깊은 연관이 있지만 엄연히 다른 분야다. 산업에서의 선택과 집중은 전략적으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과학에서의 선택과 집중은 먼 훗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따져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ㆍ안정적 투자를 해야 할 국가과제다. 최근의 예로, 지구 에너지의 미래 문제를 던져 놓은 일본열도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서도 그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지난번 한 모임에서 과학의 정의에 대한 갑작스런 질문에 '과학은 보이지 않는 내면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는데 과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지만 기술과는 다른 것임이 분명하다. 선택은 분명 필요한 것이지만 일개 대학이나 연구소 규모가 아닌 국가 단위에서 과학의 어느 분야만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면 올바르게 선택했는가에 대한 검증은 제쳐두고라도 이는 내면의 발견을 위한 균형을 잃어버리는 일이요, 먼 훗날 인류 공영의 진정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또 대한민국의 현재 국력과도 걸맞지 않는다. 단기 성과를 인정받기 위한 조급성, 빠르기, 실적 위주의 결과요, 과학 발전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다양성ㆍ융복합화 저해할 수도 이는 앞서 기술한대로 쉽게 접하게 되는 마치 사느냐 죽느냐라는 절박한 이분법적 논리에 어느 정도 부합할지 모르겠지만 다양성 및 융복합화가 요구되는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우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사느냐 죽느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대면하는 삶의 이분법적 문제이지만 인류의 터전인 자연은 흰색과 검정색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우리는 이분법적 디지털형이 아닌 '빨주노초파남보'의 영속적인 무지개 스펙트럼으로 보이는 살맛 나는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있는가. 과학은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으로부터 모든 해법을 얻을 수 있게 되듯이 여러 스펙트럼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실사구시의 학문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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