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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자리가 부족해 법정 벽면을 둘러쌀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찰텐데 오늘은 분위기가 영 썰렁하네요." 1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경매5계. 입찰 법정에 있는 약 150석의 좌석은 곳곳에 빈자리를 드러내며 평소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였다. 법정 앞에는 낙찰을 받을 때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는 경매 정보지 판매자들이 "원래 판매하는 건데 오늘은 그냥 드릴게요"라며 경매 정보지를 무료로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한 경매 참가자는 "평소에는 가득 차다 못해 입찰함 뚜껑이 들썩일 정도로 입찰 봉투가 쌓이지만 오늘은 평소의 절반 정도만 온 것 같다"며 "입찰이 많을 때는 오후1시 넘어서까지 경매가 진행되지만 오늘은 12시 이전에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2일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면서 연초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던 경매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다. 이날 정오 무렵에 끝난 경매는 대부분 물건이 낙찰 경쟁률 3대1을 넘어서지 못한 채 마감됐다. 총 18건의 낙찰물건 중 나홀로 응찰이 이뤄진 경우도 5건에 달했다. DTI 규제 확대 첫날인 12일의 법원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서울 동부 및 북부지법에서 열린 경매의 아파트 응찰자 수는 평균 5명으로 9월 7.5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특히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경우 9월에는 ▦매각률(입찰건수 대비 낙찰건수 비율) 51.5% ▦평균 응찰자 수 6.15명을 기록한 반면 12일에는 ▦매각률 35% ▦평균 응찰자 수 3.14명으로 조사돼 대출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법원 경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낙찰 잔금 대출이 주로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1금융권에서 부족한 자금을 2금융권 대출로 보충했지만 DTI규제 확대 시행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매대금은 낙찰 후 45일 이내 납부하는데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자금을 확보하기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경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응찰자 수가 줄어 상대적으로 입찰자 간 과도한 경쟁에 따른 고가 낙찰의 위험도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감정가 8억원에 나온 개포주공 5단지 75.25㎡의 경우 한 참가자가 8억1,600만원에 단독매수에 나서 낙찰에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같은 평형의 물건이 9억3,125만원에 낙찰된 것에 비해 1억원 이상 저렴한 낙찰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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