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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홍콩… '우산혁명' 현장을 가다

"후보 정해놓고 결혼하라는 격"… '中간섭'에 중학생까지 거리로

1일 국경절 대규모 시위… 발포안 보도에 긴장 고조


"경찰이 최루탄 쏘는 것을 보고 분노해 거리로 나왔습니다. 공권력이 두렵기는 하나 우리는 많은 이들과 함께 있어 결코 무섭지 않습니다."

30일(현지시간) 홍콩섬의 중심가 센트럴과 완차이를 잇는 도로에서 만난 중학생인 프랜시스 쳉(15)과 클레멘트 청(16)은 이번 시위의 상징인 우산을 들고 노란 리본을 옷에 달고 있었다. 중국 정부의 행정장관(행정수반) 선출 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당신이 결혼하려는데 부모가 미리 뚱뚱한 사람, 성격 나쁜 사람, 지저분한 사람 세 명을 후보로 정해놓고 이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냐"고 야무지게 따졌다.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간섭에 항의하는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한 지 3일째를 맞아 찾은 홍콩 시내는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날 정도로 무더웠다. 센트럴에서 완차이를 연결하는 애드미럴티로드는 차량이 완전히 통제된 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1시 이후부터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모여들었다. 조금이라도 열을 식히려 이마에 물수건을 붙이고 우산을 든 학생과 시민 1만2,000여명이 공민광장에 집결해 본격적인 시위 준비를 시작했다.

시민들은 '차 없는 거리' 축제라도 즐기듯이 센트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삼삼오오 커피잔을 들고 센트럴로 이동했다. 주변 상가들도 정상영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물이나 수건 등을 건넸다. 이밖에 쇼핑가인 코즈웨이베이 일대와 구룡반도 몽콕 등도 시위대가 거리를 점거하고 있었다.

시위가 이어지면서 일부 도시기능은 여전히 마비돼 있다. 시위대가 점거한 센트럴과 완차이 지역 학교에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휴교령이 내렸다. 또 50개 버스 노선과 홍콩섬의 트램이 운행을 중단했으며 지하철은 정상운영되고 있었지만 센트럴역과 코즈웨이베이역은 폐쇄됐다.



최루액과 물대포를 뿌리며 강경 진압에 나섰던 경찰은 거센 비난을 받은 후 일단 자제하고 있어 이날 홍콩 도심은 외견상으로는 평온한 분위기였지만 10월1일 국경절 대규모 시위를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높다. 특히 렁충잉 행정장관과 중국의 홍콩정책 결정권자들이 시위대에 대한 발포안을 만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고했다는 미국의 중화권 매체 보쉰의 보도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또 간밤에도 거리를 지키는 시위대 사이에서는 경찰이 취약시간대를 이용해 치고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아 시위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렁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도심점거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거리 곳곳에 차량 등을 이용해 임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한편 물, 과자, 일회용 우비, 마스크 등 시위물품을 잔뜩 준비해놓고 시위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었다. 사흘째 거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교 1학년생 수잉 청(18)은 "가장 중요한 시간인 오늘 밤 나는 거리를 지킬 것"이라며 지난주 말보다 더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점거시위 운영진은 홍콩 당국의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10월1일 시작되는 국경절 연휴에 맞춰 대규모 시위를 예고, 홍콩의 긴장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위대는 렁 행정장관의 사임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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