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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산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입력2007-12-10 16:48:46
수정
2007.12.10 16:48:46
당연한 얘기지만 돈은 수익을 좇는다. 다시 말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에 자금이 모여든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 결정은 한 가지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기대수익률과 위험은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얼마 전부터 시중의 예금이 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올 한해 동안 58조원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며 결국 전체 예금잔액보다 수익증권잔액이 더 많아졌다.
물론 과거 1999년 정보기술(IT) 버블처럼 단기고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드는 것은 아니다. 전체 주식형 펀드의 40% 이상이 적립식 펀드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내 증시의 상승세와 중국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을 경험한 탓에 시장 참여자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한자릿수 수익률에는 별 관심이 없다.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예금에서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로 옮겨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치외교학 용어 중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라는 게 있다. 밴드왜건은 악단(밴드)을 선도하는 마차(馬車)를 말하는데 의사결정시 강자나 다수파를 따라가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사람들이 최근에 나온 영화를 보고 훌륭하다, 혹은 감명 깊었다는 평가를 내리면 그 그룹의 다른 사람들도 그 영화를 보고 같은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밴드왜건 효과다.
또 다른 이유로 ‘양떼 효과(herding effect)’를 들 수 있다. 양떼 효과는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묘사한 것으로 친구들이 특정 휴대폰이나 기타 디지털 디바이스를 구매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무리에서 뒤진다는 인상을 지우기 위해 같은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밴드왜건 효과가 소비자의 적극적인 선택에 기반한 것이라면 양떼 효과는 뒤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두 이론 모두 최근의 자금 흐름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다. 특정 그룹 내 사람들이 펀드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고 이에 고무된 나머지 사람들 역시 너도나도 펀드 투자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로 설명되는 부분이고 그러한 흐름에서 잠시 뒤진 사람들이 늦게나마 펀드 가입 러시를 이루는 것이 바로 양떼 효과로 설명된다.
사실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탁월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3개월 만에 50%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러한 결과가 더 많은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대한 과열 우려로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최근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뒤늦게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0%가 넘는 하락세를 보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이 빚어낸 부작용이기도 하다.
주식에 대한 직ㆍ간접 투자에 있어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좀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형 경제구조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 및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는 채권이나 예금에 비해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지만 늘 단기적인 악재에 노출돼 변동성이라는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수익률을 좇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는 선진 금융시장으로 가는 시장 참여자들의 자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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