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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9일] 현대차 노조, 선택의 시간
입력2008-12-08 18:06:30
수정
2008.12.08 18:06:30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빅3’의 노조가 지난주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전미 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산업의 회생을 위해 조합원들의 임금을 깎고 복지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간당 임금을 74달러 수준에서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비노조원 근로자가 받는 45달러 정도로 낮추고 실직 노조원에게 급여의 95%를 주는 ‘일자리 은행’ 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은퇴자 건강보험 기금 등 각종 복지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달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면서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연봉 1달러를 받겠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기아차 노사가 지난 5일 상생을 약속하며 합의문을 발표했다.
탄력적인 생산을 위한 혼류생산이나 물량재배치 등의 현안에 대해 노조가 적극 협력하는 대신 사측은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빅3와 기아차 노조 모두 ‘양보’를 한 것이지만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불행히도 너무 늦었고 기아차는 한발 앞섰다.
미 정부가 이들 회사에 대한 지원을 잠정 결정했지만 지원 규모가 당초 요구보다 적어 빅3의 회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면 심각한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찾는 차종을 더 많이 생산하겠다”는 기아차 노사의 다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을 주도하는 현대차의 노조는 이 같은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 노조나 혹은 자신이 소속된 공장의 기득권을 지켜내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라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생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전향적인 생각을 품고 있을까.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래야만 근로자들의 삶도 풍요로워진다. 미국 빅3의 노조가 조금이라도 일찍 욕심을 줄였더라면 수만명의 동료들이 일자리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현대차 노조에도 선택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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