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소설과 하드커버 도서의 수요는 꾸준히 이어져왔고, 최근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명한 작가의 책을 고급 장정으로 비싸게 내놓는 것을 검토할 정도입니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나은 수준의 독서경험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전자책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것을 보세요. 온라인으로 싸게 책을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무료로 책을 이용하던 사용자가 전자책시장으로 유입된 수준입니다."
85년 전통의 출판사 페이버앤페이버(Faber and Faber) 윌 애킨슨(51·사진) 영업마케팅본부장은 출판계의 종이책시장에 대한 우려를 "전자책은 저렴한 페이퍼백 정도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종이책 매출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이어갈 "이라고 일축했다. 영국 출판계에는 '시인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페이버앤페이버(Faber & Faber)를 찾아가라'는 말 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문학작품, 특히 시집으로 유명하다.
창립 이래 11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와 6명의 부커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황무지'로 잘 알려진 T. S. 엘리어트가 초창기 편집장으로 있었던 출판사다. 또 10여차례 거절당한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 '파리대왕'이 알아봐준 곳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제임스 조이스, 마리안느 무어, 존 굴드 플레처(John Gould Fletcher), 로이 캠벨(Roy Campbell), 실비아 플라스 등 걸출한 작가들이 이 출판사에서 책을 펴냈다.
페이버앤페이버를 단지 이곳이 출간했다는 이유로 무명 시인의 시집까지 팔릴 정도로 독자들의 신뢰가 깊다. 내놓는 시집마다 일정 부수 이상은 보장된다는 평가다. 그는 "창립자와 엘리어트의 자손이 지분을 모두 보유한 독립출판사로서 단기수익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작품을 고른다. 당장 잘 팔리는 책보다 세월을 견뎌내 '고전'의 반열에 들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영국에서는 20여년전 폐지됐지만, 도서정가제 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완전경쟁체제에서는 먼저 소규모 영세서점이 어려워지고 곧 작가에게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잘 팔리는 책 '베스트셀러'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작가가 사라지고, 대형서점과 상업작가만 남아 시장이 양극화되고 맙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가격경쟁력으로 경쟁자들을 퇴출시키겠지만, 이익이 안나면 언제든 시장을 떠날 수 있습니다. 대형업체 때문에 생태계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죠."
한국 작품의 영어권 진출에 대해서는 "영국 독자들이 여전히 비영어권 작품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번 인터뷰처럼 언론이나 행사를 통해 많이 알리고, 정부의 번역지원금 제도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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