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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답없는 KPGA

"사단법인이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 아닙니까.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그룹도 있게 마련이죠. 하지만 서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지난 3월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 15대 회장으로 추대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회장 없이 4개월의 공백을 보내던 KPGA가 12시간이 넘는 마라톤 이사회 끝에 추대한 전 전 원장이었다.

하지만 전 전 원장은 지난 4일 사퇴했다. "협회의 내분으로 더 이상 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4월6일 취임 뒤 불과 3개월 만에 물러난 것이다. 전 전 원장은 5월25일부터 직무정지 상태였다. 전임 집행부의 일부 인사들이 회원 총회가 아닌 대의원 총회로 회장을 뽑았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 전 원장의 사퇴로 KPGA는 새 회장을 뽑기 위해 또다시 지루하고 남부끄러운 공방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해도 반대파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들 게 뻔해 과연 올해 안에 회장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남자 프로골프 투어 대회는 여자 대회에 비해 대회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조차도 관심에서 멀어져 '그들만의 투어'가 돼가고 있다.



전 전 원장은 추대 당시 사람 사이에 있는 '대화의 힘'을 믿었지만 애당초 KPGA 구성원들을 너무 가볍게 본 것 같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모두 거친 뒤 본의 아니게 흙탕물에 뛰어들었다가 괜히 옷만 버린 셈이 됐다. 전 전 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뒤 대행을 맡은 김학서 부회장은 3일 이사회에서 협회 회관건물 매입을 승인하면서 회원들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욱 험악해졌다. 회장 문제도 전혀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불필요하게 일을 벌였다가 화를 부른 것이다.

이쯤 되면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KPGA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나 대한골프협회가 위탁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거물 기업인을 모셔와야 협회가 산다'는 말도 이제는 꺼내기 민망한 상황이 됐다. 멀쩡한 인물을 영입해 한껏 욕을 보여놓고는 또 누구를 끌어들인단 말인가. 해답이 안 보이는 싸움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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