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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연극 등 공연 관련 호기심을 채워나갈 'About Stage'의 첫 인사는 퀴즈로 시작한다. '세계 4대 뮤지컬은 무엇일까.' 인터넷 지식인도, 기자가 공부했던 상식 책도 자신 있게 레미제라블·미스사이공·오페라의 유령·캣츠라 답하지만, 진짜 정답은 따로 있다. 바로 '질문이 틀렸다'이다.
뮤지컬 역사에서 누군가가 전 세계 작품을 일일이 평가해 '세계 4대'라는 타이틀을 건넨 적은 없다. 한국에서만 매년 크고 작은 뮤지컬 2,000편 이상이 무대에 오르고 있으니 전 세계 작품을 일일이 보고 평가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4대 뮤지컬'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흔히 쓰는 '세계 4대 뮤지컬'이란 수식어는 '뮤지컬 빅(Big) 4'라는 영미권의 표현을 잘못 해석한 결과다. 1980년대 등장한 오페라의 유령·캣츠·레미제라블·미스사이공은 70년대 인기 작품들과 비교해 흥행 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빅4'로 불려 왔다. 엄밀히 말해 '세계 4대 뮤지컬'은 이전부터 없었던, '해석의 오류'가 낳은 타이틀인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4개 뮤지컬 모두 영국 뮤지컬 계의 '미다스의 손'인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사진)를 거쳐 무대에 올려졌다는 점이다. 빅4의 흥행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영국 웨스트엔드는 제2의 르네상스를 누리게 됐다. 빅4의 대박으로 한때 극장의 무대 청소 담당이던 카메론 매킨토시가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으니 우리가 아는 '세계 4대 뮤지컬'은 어쩌면 '매킨토시의 빅4' 일지도 모르겠다.
빅4 뮤지컬은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으며 부를 창출하는 걸작임이 분명하지만, '이것만이 명작'이라는 절대 기준은 결코 아니다. 올해도 탄탄한 스토리와 가슴 울릴 음악으로 무장한 뮤지컬이 줄줄이 대기해 있다. 해외 라이선스부터 국내 창작 뮤지컬까지 주옥같은 작품 속에서 '나만의 빅4'를 발굴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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