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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리포트] 대형 채권펀드 저물고 소형펀드 전성기 활짝

잇단 규제로 거래 줄고 변동성마저 뚝

잔물결에 빠르게 대처하며 수익률 쑥

'채권왕' 빌 그로스 펀드 수익률 평균에도 못미쳐 1년 만에 자산 17% 감소

기동성 앞세운 소형펀드 정크본드 등 투자로 고수익 올리자 자금 밀물


요즘 월가에서는 초대형 채권펀드의 시대가 가고 소형 펀드 전성기가 열렸다는 분석이 봇물이 이루고 있다.

핌코 등 초대형 채권펀드의 경우 수익률이 죽을 쑤면서 투자가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로 채권 거래 자체가 준 데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형 펀드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 국채에서는 좀처럼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형 펀드는 정크본드, 모기지, 신흥시장 등 발 빠른 고수익 위험자산 투자로 고수익을 구가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기준 상위 10대 미 채권펀드 가운데 1~3위 펀드는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채권 왕'인 빌 그로스 핌코 최고운용책임자(CI)의 토털리턴 펀드는 수익률이 동종업계의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운용 자산도 1년전보다 17%나 감소했다.

반면 '떠오르는 채권 스타'인 제프리 군드라흐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 9위의 더블라인 토털리턴 펀드는 지난해 시장 금리 상승의 악조건에서도 0.02%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군드라흐는 지난 3년간 연간 평균 5.9%의 투자수익을 거두며 동종 펀드 97%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운용자산도 지난해 말 310억 달러로 지난 4년간 10배로 늘었다. 또 로버트 리 로드에벳앤코 매니저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 6위의 로드에벳 인컴A 펀드도 지난해 1.6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 3년간 평균 3.6%의 수익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50억 달러가 유입되며 자산 규모가 19%나 늘었다.

대형 펀드와 소형 펀드간의 희비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펀드 집계기관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5월 핌코 토털리펀 펀드에서는 41억 달러가 순유출되며 13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다. 자산 규모도 2,290억 달러로 줄었다. 반면 군드라흐의 더블라인 토탈리턴펀드에는 5억 달러가 순유입돼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대형펀드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하고 경제 지표도 들쭉날쭉한 가운데 시장 변동성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운용 규모가 커 큰 파도를 타야 하는 대형 펀드 입장에서는 마땅한 수익원을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또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대해 고위험 투자를 규제한 여파로 채권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3년간 미 회사채 발행 규모는 22% 늘었지만 거래 규모는 12% 하락했다.

반면 소형 펀드들은 대형 펀드에게는 계륵 같은 존재인 정크 본드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거나 시장의 잔물결에 기동성 있게 대처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실제 2008년 이후 자산 규모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상위 4개 펀드는 지난해 전체 자산의 평균 20%를 정크본드에 배분했다. 나머지 상위 6개 펀드는 1.4%에 그쳤다. 더블라인 토털리턴펀드의 경우 주택저당증권(MBS)에 운용자산의 80%를, 고위험 채권에 28%를 넣고 있다.



모닝스타의 에릭 재콥슨 애널리스트는 "대형 펀드가 못 하는 투자를 소형펀드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같은 운용사 내에서도 자산 규모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운용 규모가 299억 달러인 핌코의 '인컴A'채권 펀드는 주력인 토털리턴 펀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지난해 4.43%의 수익률을 올렸다. 또 자산 규모 34억 달러인 토털리턴 상장지수펀드(ETF) 펀드의 수익률도 14.7%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핌코의 뮤추얼 펀드와 ETF는 파생상품 사용 여부 등 조그만 차이 외에는 모두 빌 그로스 CIO의 투자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형 펀드들은 단기간의 시장 변동 때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형 펀드에 위험 요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규모도 작은 정크 본드 시장에 버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5월 마지막 주에 ETF에 유입된 자금 가운데 정크본드 관련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2%대 국채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가들이 몰리면서 미 정크 등급의 회사채 평균 금리는 5.8%대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 기록이다.

로버트 리 매니저는 "미 기업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어 정크펀드의 디폴트 리스크는 낮다"면서도 "공기(자금 유입)는 풍선에 들어갈 때보다 빠질 때 훨씬 더 빠를 수 있어 시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번 자금이 유출되면 시장이 공격적으로 고위험 채권을 내던지면서 정크 본드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가들도 대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재무부도 정크 본드의 환매 경쟁이 채권 시장 등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염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 10대 채권 펀드 가운데 5개를 보유 중인 뱅가드는 여전히 고위험 채권 비중을 1%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뱅가드측은 "수수료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경쟁사들보다 낮아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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