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경제지표 공개일정이 중지되면서 미국 금융시장의 거래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정부의 고용지표 발표가 중단된 지난 4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유로달러(미국외 국가에 예치된 미 달러화) 선물거래량은 150만건으로 지표가 정상 공개된 지난달 초(380만건)보다 크게 쪼그라들었다.
회사채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셧다운이 발효된 지난 한 주 동안 회사채 신규발행 액수는 약 115억달러로 전주(350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FT는 "같은 기간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거래는 4건에 그쳤다"며 "거래액 기준 전주 대비 17분의1에도 못 미쳐 거의 붕괴 지경"이라고 전했다. 반면 금융시장 투자자들의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최근 10거래일간 35%나 급상승하며 지난 6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대해 도쿄미쓰비시은행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지금 충분한 수준의 경기 관련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지 못하다"면서 "이는 금융시장 거래의 변동성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셧다운으로 인한 경제지표 집계 중단이 양적완화 축소를 놓고 가뜩이나 경기에 민감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결정을 어지럽힐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업체 CRT마켓의 데이비드 애들러 금융전략가는 "연준은 10월부터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지에 대한 충분한 판단재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미 연방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여부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도 많다.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 증액이 안되면 미 역사상 초유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스의 래리 칸토어 리서치헤드는 "미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악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투매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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