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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인류 문제해결 위해 학문 융합적 접근법 제시

■ 시간의 지도-빅 히스토리(데이비드 크리스천 지음, 심산출판사 펴냄)


'빅 히스토리'(Big History)는 우리말로'거대한 역사'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다.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부터 인류의 현재, 미래까지 우주론·지구물리학·생물학·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을 함께 묶어 살피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우주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하면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역사는 1초에도 못 미친다. 24시간 중에서 23시간 59분 59초를 생략한 채 1초도 안 되는 시간을 놓고서 우리는'역사'라 이름 붙여온 것이다. 이 반쪽 짜리 역사에 반기를 들면서'모든 것의 역사'를 말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바로'빅 히스토리'다.

21세기 인류가 처한 전 지구적 문제들은 하나의 학문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인류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다수 인문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이 갖고 있는 윤리적 문제를 지적한다. 또 식량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구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식량문제만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처해 있는 식량문제는 철학, 인구학, 생화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동시에 현재의 문제뿐만이 아닌 지난 20만 년 동안 인구가 증가한 이유와 과정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빅 히스토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빅 히스토리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우주의 전 역사를 살핌으로써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다양한 시간의 척도 안에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우주의 시작부터 자연과 서로 어떻게 연관돼 발전해 왔는지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보게 함으로써 공동의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한다.



저자인 크리스천은 빅뱅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거대한 역사를 포괄하는'빅 히스토리'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으며, 20여 년 동안 호주와 미국의 대학교에서 빅 히스토리를 강의하고 있다. 이 책으로 2004년 세계사학회로부터 최고 도서상을 받기도 했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후원을 받아 미국 고등학생들에게 빅 히스토리를 가르칠 수 있는 온라인 커리큘럼인'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생 등 일부 영재를 대상으로 시범 강의가 진행 중이다.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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