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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 美와 FTA체결하면 장기적으론 손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펴낸 장하준 교수



"세상은 다면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한가지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독자들이 세상을 다면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제목으로 책을 냈다. 책 출간에 맞춰 방한한 장 교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발도상국 문제에 초점을 맞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낸 뒤 선진국 문제까지 포함된 더 광범위한 얘기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권유로 쓰게 됐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책은 23가지 테마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와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라는 항목을 대비시켜 주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해온 경제적 상식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서 '그들'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을 말한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유사하게 이번에도 풍성한 사례를 곁들여 논리를 풀어간다.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등의 내용도 담았다. 장교수는 "철통같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자세히 보기 시작하면 모래성 같은 것일 때가 있다"며 비판적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자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경제를 재건하려면 자유시장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지금보다 규제가 강화된 경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제조업 장려, 금융부문과 실물부문 간 균형 맞추기, 정부 역할 강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의 이번 책은 지난달 초 영국에서 출간된 데 이어 이달에 독일어판과 한국어판이 나왔으며 네덜란드, 대만, 일본, 러시아, 태국 등에서도 출간될 예정이다. 장교수는 G20 서울 정상회의와 관련, "선진국 모임인 G7에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개도국까지 포함시킨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요한 결정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이뤄진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G20에 포함되지 않은 나라들의 이해는 누가 대변해주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 등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수준이 비슷한 나라끼리 자유무역을 하면 득이 더 많겠지만 수준 차가 나는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하면 장기적으로 후진국에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제조업 생산성이 미국 등 선진국의 40% 수준밖에 안 되는 한국이 FTA를 하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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