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교수는 “향기로운 시간이란 다른 이에게 내주는 시간입니다. 스스로만을 위한 시간 속에 자유롭다고 느낄 지 몰라도 그 끝에 오는 건 사회의 족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말 정신 없는 일상에서 어떤 의미 있는 행위나 창조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주인일 수 있지만, 현재는 노예인 사회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한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2010년 ‘피로사회’가 독일 현지에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주목 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다.
그는 ‘시간의 향기’에서 인간의 시간이 노동만을 위해 소비되고 있고, 여가마저도 일의 시간을 준비하는 보조적 의미밖에 지나지 못한다는 것. 이에 따라 하루하루가 일생이라는 긴 선의 ‘점’처럼 분절되어, 즉흥적인 시작과 중단이 반복되며 연속성을 잃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향기 없는 시간’이다. 비용으로만 인식되는 시간 속에 기다릴 줄 모르는 조급증이 자리 잡고, 나아가 이는 개인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감을 가속화하고 시간을 해체해버린다.
한 교수는 ‘시간의 향기’를 되찾기 위해 사색적 삶 중심의 가치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일한다, 나는 활동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일하지 않는다, 나는 멈춘다, 고로 존재한다’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멈춤의 시간, 활동하지 않고 자기 안에 머물며 영속적 진리에 대해 사색하는 시간, 이때 인간은 진정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헤겔ㆍ마르크스ㆍ니체ㆍ프루스트 등 주요 사상가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대결로 논리를 이어간다. 1만2,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