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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신입생 환영회·여행 동아리… 술 빼고 대화하니 선·후배 더 가까워졌어요

■ 대학가 '脫음주문화' 퍼진다<br>개강·축제 잦은 음주사고 반성<br>일부 캠퍼스 오리엔테이션 등서 알찬 프로그램으로 매꿔 호응<br>음주 강권은 학교폭력 인식… 건강한 문화 정착 다양한 지원을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밤 11시가 넘었지만 둘러 앉아 게임도 하고 벌칙도 수행하면서 왁자지껄한 모습이다.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 대한 설렘으로, 선배들은 후배와의 첫 만남으로 피곤도 잊고 들떠 있다.

여느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별다를 바 없는 풍경이지만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술'이 한 방울도 없다는 것. 3년째 '무알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해 온 연세대학교 원주 캠퍼스의 이야기다.

이 학교 새내기 김모(19)씨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 생활이나 술 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데, 두려움 없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신입생 환영회서 만취한 학생 실족 추락사, MT에서 과음하다 사망, 학과 대면식에서 선배 강요로 소주 3병 마신 신입생 사망, 축제 중 학교 안에서 술 마신 뒤 강물에 빠져 사망…

대학이 개강할 즈음이면 음주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술 문화에 대한 반성이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술 없는 신입생 환영회', '금주 여행 동아리'등 '무알콜'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원주캠퍼스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지난 2009년부터 2박 3일간 이루어지는 신입생 오리엔테니션을 '술 없이'진행해 왔다. 2010년부터는 축제 기간도 학내에서 술을 추방해 학생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술이 사라진 자리는 선후배간의 대화와 학교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단과대학별로 모여 담당 교수가 직접 진행하는 전공 소개도 듣고,'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나요'처럼 학교 생활에 대한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한호 연세대 원주캠퍼스 총학생회장(4학년)은 "일부 학생들은 친목 도모에 술이 빠지면 안 된다고들 한다"면서 "하지만 대학생이 되자마자 잘못된 술 문화부터 접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씨는 "술 대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 김병록씨는 "솔직히 처음에는 불만인 사람도 있었다"면서도 "오리엔테이션이나 축제 등 특정 기간을 제외하면 술에 대한 제한이 없어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4년째 '무알콜 여행'만을 고수해온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여행동아리 '유스호스텔'. 많게는 학번 차이가 20년이 넘는 선배들과 여행을 가면서도 화기 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 동아리 김의강 회장(2학년)은 '진솔한 대화'와 '세심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비결로 꼽는다. 매해 3월 여행에서는 신입생들이 처음 참가하는 만큼 어색하기 마련. 비결이 있다. 선후배가 마주 앉아 1대 1로 1분씩 대화하는'1분 스피치'다. 의무적이지만 서로가 말을 하다 보면 금새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다른 행사나 프로그램을 할 때에는 선배와 후배의 자리배치까지도 신경 써 최대한 많은 사람이 대화를 할 수 있게 한다. 김씨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술 없이도 충분히 재미 있다"고 말했다.

'절주동아리'숫자도 급속히 늘고 있다.

캠퍼스에 금주 구역을 지정하도록 규칙을 개정하는 등 캠페인과 각종 홍보활동을 하는 절주동아리는 2005년 5개 대학으로 시작해 2008년 18개, 올해 60개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해 절주동아리에서 활동한 인원은 총 3,000여 명이다. 연세대 원주캠퍼스와 순천향대학교를 포함 총 18개교가 '무알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이화여대 등 총 15개 대학이 술 없는 축제를 진행하는 등 성과를 거둬왔다.

계명대학교 절주동아리 회장 이현아(4학년)씨는 "작년에는 스무 명 정도의 신입회원을 받았다"며 "신입생 시절 술을 억지로 권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많이 누그러졌다"고 달라진 캠퍼스 분위기를 전했다.

절주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넉넉하지 않은 지원금과 미비한 인식 속에서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교내 금주 구역 설정 등 규칙이나 학칙이 바뀌는 성과가 보이고 있다"며 "아직 큰 변화는 아니지만 절주동아리의 홍보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상대방의 형편과 처지를 무시하고 술을 강권하는 것은 학내 폭력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대학에서부터 시작된 새로운 건강한 음주문화의 흐름이 사회전반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다양한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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