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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는 36개 인디언 부족이 전국 각처에 흩어져 살며, 각자 고유의 생활양식과 관습, 그리고 풍속을 유지하고 있다. 인디언 출신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취임 이래 볼리비아 정부는 인디언 권익 옹호를 위한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볼리비아 공무원은 스페인어 외에 적어도 한 개의 인디언 언어를 의무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나라 이름도 볼리비아 공화국에서 '볼리비아 다민족국'으로 바꿨다. 케추아족 한글 공부 여념 없어 지난 1월22일 볼리비아에서는 다민족국 1주년 기념식이 의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의 의원석에는 인디언 고유 복장을 한 의원이 상당히 많이 자리했다. 그 중에는 인디언 전통 모자 '유추'를 쓰고 머리를 뒤로 땋은 남자의원도 있었으며, '촐리타(고원지역 거주 인디언 여자를 일컫는 말)' 모자를 쓴 여자의원도 눈에 띄었다. 집권당인 MAS당 출신 의원들은 앞쪽에 자리하고, 뒤쪽은 야당 출신 의원들이 포진했다. 특이하게도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일부 의원은 코카잎을 앞에 놓고 나눠 씹고 있었다. 코카잎 씹기를 금하고 있는 UN 협약에 대한 항의의 표시를 한 것이다. 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아이마라 인디언 부족에게 한글을 가르쳐온 지 반년이 지났다. 인구 200만명에 달하는 아이마라 인디언은 페루 남부에서 라파스 근교와 티티카카호 주변에 밀집 거주하는 부족으로서 볼리비아 남부에 거주하는 케추아족(약 255만명)에 이어 인구수로 볼 때 볼리비아에서는 2번째로 큰 인디언 부족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아이마라어는 스페인어 알파벳으로 표기되는데 정확하게 발음을 표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 한글 표기를 시험해보고 싶은 일념으로 매주 토요일 라파스 근교에 있는 아이마라 인디언 마을을 찾아 한글로 아이마라어를 표기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첫째 시간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고, 둘째 시간에는 성인반을 대상으로 한글표기를 가르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두 번째 시간부터 8살짜리 어린 아이마라 소녀는 자신의 이름인 '와라(아이마라어로 별이란 뜻)'를 한글로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학습 열의가 고조돼 아예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냥 한번 해보자던 처음 생각을 바꿔 좀 더 강도 높은 한글표기법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생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학습한 자료를 종합해보니 어느 정도 기초 아이마라 한글교본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러나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음운학 전문가의 참여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도가 볼리비아 언론에 많이 보도됐으며, 아이마라 인디언 출신 초케우앙카 외교장관도 이 소식을 듣고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인 티티카카 호숫가 오마수요스 마을에도 한번 시도해보자고 제의까지 했다. 아이마라 족에 대한 한글 보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면 여타 케추아족을 비롯한 36개 부족에 대한 한글 보급, 나아가 중남미 인디언 부족언어의 한글화도 가능하리라 본다. 남미 한류 확산에도 기여할듯 이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문화교류활성화를 통한 남미 지역의 한류 확산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한다. 다만 우리문화의 일방적 전파로 민족적 감수성이 예민한 인디언 부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문화회관 건설 등 지역 개발사업과 병행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이마라 인디언 부족에 대한 한글표기 교육 사업에 정부뿐만 아니라 학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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