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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고 쓰고 깊이 고민해야 내 인생이 되죠."

17일 배문고서 고3 수험생을 위한 인문학 강좌 열려

소설가 최옥정의 '스무살에 배우는 어른되기 걸음마'

17일 배문고 시청각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스무살에 배우는 어른되기 걸음마’에 수능을 마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소설가 최옥정(사진 위)씨의 강의를 듣고 있다.

“졸업 후 사회에 나가든 대학에 진학하든 여러분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난 게 됩니다. 일단 담임선생님이 없고 반 친구들이 없을 뿐 아니라 누가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아요. 자신이 성인이 되었다고 인지하기 전에 세상이 여러분을 청소년기와는 다르게 대하는 데 그 충격이 적지 않아요.”

17일 오전 8시. 용산구에 위치한 배문고 시청각실에는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빼곡히 자리를 채웠다. 서울시교육청 용산도서관에서 지원한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스무살에 배우는 어른되기 걸음마’를 듣기 위해서다. 대학 입시를 마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늑장을 부릴 법도 한데 강의 시간 내내 이들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 그들이 귀 기울인 주제는 ‘사람은 왜 생각하는가’로 소설가 최옥정(사진 위)씨가 강의를 맡았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이날은 특별히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을 위해 롯데칠성음료가 다과를 협찬했다.

최씨는 이날 재일학자 강상중 세이가쿠인대 교수의 ‘고민하는 힘(사계절 펴냄)’을 모티브로 삼아 답이 없는 인생에서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익 900점이 인생에 레드 카펫을 깔아주는 것도 아닌데 스펙쌓기에 급급한 우리 대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강 교수는 세련된 외모에 달변으로 일본 젊은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첨단 엘리트이지만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지식인입니다. 막스베버와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는데 모두 책에서 만난 멘토들이죠.”



최 작가는 학생들에게 좋은 지력을 쌓는 노하우도 소개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인생에 있어 안내(guide)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을 겁니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한다면 자신의 삶에 주인공이 될 수 있으며,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힘도 키울 수 있게 됩니다.” 책을 많이 읽을 것을 주문한 최 작가는 대신 책에서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독서는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어떤 사례를 하나 발견하고 내 것으로 만들게 되죠. 특히 독서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키워줍니다. 지속적으로 한가지를 깊이 해 낸다는 것 즉, 과제 해결 능력을 얻게 됩니다. 아울러 쓰기는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하는 과정인데 자신의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풀어내면서 힐링을 하게 됩니다. 수능이 끝난 후 2~3개월간의 시간은 여러분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다섯 번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관계 맺는법-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문화인이 되는 법-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생활인이 되는 법-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외’ ‘공부하는 법-최옥정의 소설수업’ 등을 주제로 스무살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는 인문학적 노하우를 전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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