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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도 결국 "ECB 국채매입 지지"

국내외 거센 압력에 굴복… ECB 매입 재개 나설 듯<br>독일 중앙은행 반대 변수


그동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유럽중앙은행(ECB)과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어온 독일 정부가 ECB의 위기국가 국채매입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내비쳤다. 이에 따라 ECB가 시장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만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국채 직접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은 지난주까지 21주 연속 중단된 상태다.

6일 블룸버그통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부대변인인 게오르그 스트라이터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독일) 정부는 ECB에서 하는 모든 일이 ECB 권한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고 확신한다”며 “ECB의 국채매입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국채매입 계획 지지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드라기 총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해 ECB가 공개시장조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수주 안에 세부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ECB가 직접 국채를 사들여 조달금리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 줄곧 반대해왔으나 최근 집권 기독교민주당(CDU) 의원이 ECB 정책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입장변화가 분명해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 내내 고집스럽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온 독일의 입장이 선회하는 데는 국내외의 정치적 압력이 적잖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6일자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을 겨냥해 “유로존 17개 회원국 간 불협화음이 유럽연합(EU)의 미래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위기국 정부의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럽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드라기 총재와 만나기 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비공식 회동을 해 유로존 위기해결을 위한 독일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정치권에서도 메르켈의 유로존 위기해법을 놓고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ECB의 유로존 위기개입을 견제해온 독일 연립정부의 정책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사민당 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정책이 유로존 위기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강조하면서 유럽 재정동맹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독일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의했다고 전해졌다.



이 같은 사민당의 주장은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도박’으로 해석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메르켈 총리의 ‘뚝심’이 오히려 위기확산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이 같은 ‘정책실패’ 공세가 부담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여전히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데다 집권연정을 구성하는 기독사회당도 드라기 총재의 계획이 ‘비민주적’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메르켈 총리와 상반되는 목소리를 내 시장에 혼돈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HS글로벌인사이트의 티모 클라인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분데스방크의 반대 입장은 ECB가 유로존 회원국으로부터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는 데 제동을 걸 수 있다”며 “그리스에 대해 인내심을 잃어가는 독일 정부가 내심 이를 좋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독일 정부의 지지발언으로 ECB의 국채매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날 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한때 1유로당 1.2444달러까지 올라 약 한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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