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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몸속 세균도 하나의 장기… 공존공생할 때 인류에 약

■ 인간은 왜 세균과 공존해야 하는가 (마틴 블레이저 지음, 처음북스 펴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천식·알레르기 내성 역할

지나친 항생제 남용으로 유익한 미생물까지 파괴

되레 현대인 질병만 키워

위염과 궤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몸 속에서 알레르기 내성을 갖게하는 긍정적 역할도 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드러났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에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마트에 가면 무항생제 달걀, 무항생제 우유, 무항생제 쇠고기 등이 고가임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1928년 알렉산더 플래밍이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에 자라난 푸른 곰팡이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해 낸 그 시절만 해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생제에 대한 태도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항생제는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지켜내고 유아사망률을 낮춰 수명과 인구 모두를 늘어나게 한 인류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영웅의 힘은 너무 강력해졌고 영웅이 휩쓸고 간 자리에 적군 뿐 아니라 아군의 시체까지 즐비해진 게 문제였다.

뉴욕대학교 인간 미생물군집 프로젝트의 센터장이자 저명한 미생물 분야 연구가인 저자는 항생제 남용으로 우리 몸속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던 미생물이 뿌리째 뽑혀나갔고 이로 인해 각종 현대질병이 발병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이른바 '세균'으로 치부된 몸속 미생물들이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물리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오목조목 짚었다.

마틴 블레이저 박사가 처음 주목한 것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였다. 우리에게는 요쿠르트 광고로 친숙한 박테리아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발견한 배리 마셜 박사는 자신의 위에 이 박테리아를 이식해 위염과 궤양의 주원인임을 입증했다. 저자 역시 똑같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자신의 위에 이식했다. 그러나 목적은 반대였다. 저자는 이 '나쁜' 박테리아가 왜 인류와 더불어 진화했는지가 궁금했고 그 장점을 입증하려 했던 것. 저자의 가설은 옳았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산 분비를 조절하고, 면역 반응을 촉진시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에 있는 사람은 일종의 내성처럼 천식,식도염,알레르기 반응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이 박테리아의 작동원리는 아직 연구 중이며 견해도 분분하지만 우선 의학적 결과만큼은 분명했다.



즉 어떤 미생물도 늘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항상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여러 미생물이 서로 균형을 이루었을 때 우리 몸도 그에 따라 균형을 잡는다. 인류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아왔고 현재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은 수십억년을 진화하며 우리 몸 안에서도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일련의 생태계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 과다복용이 미생물의 생태계를 망가뜨렸다. 알레르기 반응에 대항해 보호작용을 하는 미생물이 사라졌기 때문에 셀리악병(글루텐으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이 뿐 아니라 소아비만,소아천식,소아당뇨,알레르기,역류성 식도염,크론병(만성 염증성 장 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급증했으며 저자는 이것이 미생물 박멸 탓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 몸속 미생물은 또 하나의 장기"라고 말한다. 그 어떤 장기도 없애서 좋을 것은 없다. 항생제와 의료행위 남용으로 사라진 미생물은 현대병을 통해 인류를 '역습'하고 있다. 인간의 선택이 어떻건 간에 미생물은 앞으로도 여전히,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나쁘지 만은 않은 몸 속 미생물, 아니 우리에게 유용한 미생물과의 공생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인간에게 이로운 게 아닐까?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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