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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란 별칭을 가진 제주는 1년 365일 언제나 다른 얼굴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그래서 토박이든 외지인이든 맞닥뜨리는 제주의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의 제주 역시 새롭기만 하다. 제주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콩테(목탄과 흑연 등으로 만든 회화재료)와 연필로, 혹은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이색 전시가 동시에 열려 미술 애호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목탄으로 제주의 바람을 그리다=제주 출신으로 '바람의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강요배(62) 작가가 기존의 유화가 아닌 드로잉 작품 50여점을 들고 서울 삼청동로 학고재갤러리에서 3월말까지 개인전을 연다.
1980년대 일간지와 동화책 등의 삽화가로 활동했던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30여년에 걸쳐 작가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소묘다. 흑연과 목탄을 원료로 한 회화재료인 콩테나 연필을 사용해 종이 위에 그렸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강요배는 오랫동안 '4·3의 작가'였다. 그는 숙명처럼 4·3사건을 그렸고, 오랜 세월 '민중미술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20년간에 걸친 서울생활을 청산한 그가 어머니 품을 파고들듯 제주로 돌아간 게 1992년이니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의 회화 작품은 날 것 그대로 생생하면서 거친 화풍 속에서도 인간미와 진정성이 느껴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카메라 렌즈로 제주의 생명력을 포착하다=나무 한 그루가 신비로운 하얀 빛을 내뿜으며 수평선이나 지평선 위에 무심한 듯 서 있다.
3월말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 '트리 오브 라이프 인 아일랜드(Tree of Life in Island)'를 갖는 사진 작가 이정록(43)의 작품이다. 작가는 원시의 생명력이 담긴 장소를 물색하다가 제주도의 곶자왈을 만났고, 지난 6개월 동안 제주도에 머물며 '생명나무(Tree of Life)' 시리즈를 작업했다. 작품을 보면 눈부시게 빛나는 나무는 과연 어떻게 찍은 것일까 궁금증부터 밀려온다. 마치 수백 개 전구를 매단 것처럼 나무 줄기마다 신비로운 빛을 내뿜고 있으며 굵은 나무 기둥도 하얗게 빛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전구를 매단 것도, 컴퓨터그래픽 기술 덕분도 아니다. 작가가 오롯이 고된 수작업으로 완성한 작품들이다. 작가가 빛과 나무를 소재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 작가는 "나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영매와도 같은 존재"라며 "제주도를 닮은 예덕나무를 매개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원시의 생명성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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