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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업자득
입력2004-05-28 16:04:31
수정
2004.05.28 16:04:31
이규진 사회부 기자
요즘 반기업 정서가 큰 문제란다. 기업인을 범죄자처럼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일할 의욕이 없단다.
기업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의 기관차다. 이들의 기를 북돋워주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고용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당당하게 기업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28일 발표한 대검 공자금 합동 단속반의 중간 수사결과를 보노라면 자기도 모르게 반기업 정서, 아니 정확이 말하면 반기업주의 정서가 치밀어 오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세금을 털어서 쓰러지려는 금융기관을 부축했다. 그 돈이 무려 170조원에 달했다.
왜 금융기관이 부실화됐나. 1차적 책임은 부실기업에 함부로 돈을 퍼 준 금융기관에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결과에서 보듯이 기업들은 맘먹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순익을 부풀려 수 천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심지어 건설회사들이 아예 종금사들을 인수한 뒤 대출자격도 없으면서 거기에 들어있는 고객 예치금들을 뭉텅이로 빼갔다.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악용한 이들 기업주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국민과 투자자들이 맡긴 그 돈이 어찌 자기 돈이라는 말인가.
이렇게 해서 가져간 돈이 성원토건그룹과 성원그룹만 합쳐 1조4,000여억원이다. 동아그룹ㆍ충남방적 등 이번에 함께 기소된 6개 기업주들의 부실채무를 모두 합치면 5조8,495억원이다. 이 중 성원건설과 성원산업개발은 2000년 12월, 전 계열사였던 대한종금으로터 무려 4,269억원의 빚을 탕감받기까지 했다.
그렇게 빚을 깎아줬는데 이 회사 기업주는 부도 직전 회삿돈을 빼돌려 호화주택을 짓고 타인 명의로 재산을 은닉하기 바빴다. 또 다른 기업주는 회사가 자금이 없어 협조융자를 받는 최악의 상황에서 전처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며 17억원짜리 건물을 회사에 24억원에 떠넘겼다.
작금의 반기업 정서는 자업자득이다. 케케묵은 썩은 관행의 대가다. 기업이 망해 근로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는데도 안보이는 곳에 숨어 호의호식하던 악덕 기업주들이 남긴 유산인 것이다.
다행히 이번 수사결과는 수년 전에 벌어진 일을 단죄한 것이다. 이번 공자금 수사를 계기로 고질적인 기업비리가 근절돼 반기업 정서가 스러지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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