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는 일정비율 이상의 채권자가 동의한 채무재조정안을 채권발행국이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조항을 만들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ICMA는 전 세계 400여 은행들과 투자기관·채권발행사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채권발행국이 채무재조정시 채권자의 75% 이상이 찬성한 채무동의안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반대표가 25%에 미치지 못하면 이를 근거로 나머지 채권자들에게 돈을 갚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것이다. 죽은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는 독수리(vulture)에서 유래한 벌처펀드들은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의 채권이나 국채 등을 낮은 가격에 사들인 뒤 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는 행태를 보여왔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10년간 부채상환 소송은 2배로 증가했다. 그중 채무발행국에 대한 벌처펀드의 소송은 다수의 채권 투자자들이 보상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의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다. 뉴욕 법원은 미국 벌처펀드들이 제기한 소송을 받아들여 아르헨티나가 벌처펀드에 돈을 갚기 전에는 다른 채무자들에게 이자를 상환할 수 없도록 했고 이는 결국 아르헨티나 디폴트로 이어졌다. 그리스 역시 2012년 채무상환 과정에서 60억유로(약 8조347억원) 규모를 보유한 채권자들이 반대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콩고·페루·폴란드·에콰도르 등 개발도상국들 역시 비슷한 소송을 겪고 있다.
르랜드 고스 ICMA 이사는 "이번에 마련된 조항을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빠르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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