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숙련도나 직종에 따라 세분화하고 체류 기간도 차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기업과 근로자가 각각 서로 원하는 직원·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배정방식도 개선된다.
13일 고용노동부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개최한 '고용허가제 시행 10주년 평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고용허가제는 일손이 부족한 중소 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 2004년 8월부터 시행돼왔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온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연구원은 현재 고용허가제가 단순기능인력 확보에만 치중돼 있어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의 수요에 따라 숙련 수준을 파악해 적합한 인력을 채워야 한다"며 "산업별로 단순인력만 뽑는 방식에서 직종별로 숙련도를 연계한 외국 인력 도입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소 3년에서 성실근로자의 경우 최장 9년8개월까지인 외국인 체류 기간도 직종과 산업의 계절성 여부, 구조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는 또 외국인 근로자의 직장 선택권이 제한돼 이직이 잦다고 진단하면서 "기업이나 직종단체와 근로자를 평가할 수 있는 점수제를 만들어 서로 간의 매칭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국내 노동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주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저임금과 장시간 근로 등 근로환경이 열악한 사업장은 국내 젊은이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노동력 부족을 계속해서 외국인 근로자로 채우고 있다.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국내 유휴인력은 늘고 작업장 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국내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고민하며 외국 인력 정책을 짜지 않으면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함께 주제발표자로 나선 마성균 고용부 외국인인력담당관은 "그동안 고용허가제가 노동력 부족 해소에 집중하면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하지 못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단기과제로 △외국 인력 선별 강화 △고용 규모와 허용업종 등 기업배정방식 검토 △국내 기업의 내국인 구인노력 현실화 등을, 장기과제로는 △숙련도와 직무특성을 고려한 외국 인력 분류 △외국 인력 규모 설정·배정 방식 개선을 앞으로 정책과제로 삼았다. 단기과제는 6월부터 운용 중인 고용부 '외국 인력 정책 발전방안 전담반(TF)'에서 오는 10월까지 대책을 만들어 12월 열리는 외국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 반영해 내년부터 바꿀 방침이다. 장기과제는 관계부처와 노동계·경제계 등과 논의가 필요한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칠 계획이다.
2004년 8월 국가가 외국 인력을 총괄 관리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돼 필리핀과 몽골·스리랑카·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파키스탄·캄보디아·중국·방글라데시·네팔·키르기스·미얀마·동티모르 등 15개국이 우리나라로 근로자를 보내고 있다.
6월 말 현재 고용허가제로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20만4,510명이며 올해 기존 인력 교체자를 포함해 5만3,000명의 외국 인력이 새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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