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내란을 선동하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유죄로 봤지만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이민걸 부장판사)는 11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 의원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 의원 등은 지난 2012년 5월 RO(혁명조직)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는 등 내란을 음모하고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와 적기가를 부르고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국보법 위반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일부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기소 내용의 핵심인 '내란음모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란음모죄가 성립하기 위해 적어도 실행을 위해 합의에 이른 구체적인 윤곽 정도는 어느 정도 특정돼야 하고 객관적으로 볼 때 실질적 위험성이 있었는지도 입증돼야 한다"며 "이 의원 등이 강연 등을 통해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내란죄 실행을 위해 합의를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RO에 대해서도 "제보자의 말이 신빙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RO의 실체에 대한 부분은 단순 추측에 불과하고 실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이 같은 무죄 판결이 피고인들의 행위에 잘못이 없다고 본 것은 아니라 입증이 부족했을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취된 대화 내용 등이 전혀 조작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피고인들은 계속 조작을 강조해 국가분열을 조장했고, 특히 이 의원은 국회의원 지위를 망각한 채 가장 주도적으로 선동행위를 한 점 등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번 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통진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일단 이번 판결이 증거로 제출될 경우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통진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원이 내란선동과 국보법 혐의와 관련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지만 내란음모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내란음모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법원의 내란음모죄 무죄 선고는 이 의원이 통진당을 통해 내란을 꾸몄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통진당과 이 의원을 분리한 판결로 보인다"며 "해산 청구 사건에서 통진당에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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