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NHK·신화통신 등 양국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오전11시50분(현지시간)부터 30여분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이 취임 후 정상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일 정상회담은 지난 2012년 5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회담 이후 2년반 만에 성사됐다.
◇일본 '흥분'-중국 '냉랭'=일본은 이번 회담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 국가를 넘어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중일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었다"며 "(이번 회담이) 양국이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관계개선의 첫걸음이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일 정상회담을 대하는 중국 정부의 온도는 훨씬 차가웠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최근 2년간 중일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비곡직(是非曲直·누구의 잘못인지)'은 명확하다"고 말해 양국 관계의 갈등 원인을 일본 측이 제공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아울러 "양측이 이미 관계개선을 위해 네 가지 원칙을 발표한 만큼 일본 측이 확실하게 원칙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과거사 문제는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이 달려 있고 이 지역(동북아)의 평화·안정·발전까지 관계되는 만큼 역대 정부가 해왔던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은 평화발전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결심이 돼 있다"면서 "일본 현 정부는 역대 일본 정부가 역사 문제에 관해 밝힌 '인식'을 지속적으로 견지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30분간의 짧은 회동=양측의 태도가 엇갈리다 보니 2년반 만에 재개된 중일 정상 간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교부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 신사, 센카쿠열도 등의 구체적인 이름이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더구나 이번 대화가 정상회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국 국기와 테이블을 놓고 정식으로 진행됐다기보다는 소파에 앉아 접견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시 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일본 측의) 요청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중한 아베 총리와 회견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일본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회견"이라고 규정해 '손님'의 요청에 따라 예의를 갖추기 위한 만났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동중국해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해상 연락 메커니즘 가동을 논의했다며 대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곧 (해상 연락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이고 사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편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은 지난 6∼7일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네 가지 사항에 합의하면서 성사됐다.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이 작성한 합의문에는 △중일이 기존에 합의한 '정치문건'상의 원칙과 정신을 존중하며 전략적 호혜관계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로 향한다'는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장애를 극복하며 △센카쿠열도 등 동중국해에서 조성된 긴장국면에 대해 위기관리 시스템을 조성하고 △다자·양자 간 채널을 활용해 정치·외교·안보대화를 점진적으로 재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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