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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사판의 샘플 하우스

찜통더위에도 각종 중장비와 공사차량이 부지런히 움직이던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발산지구의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 서울시내 몇 안되는 알짜 택지지구의 첫 일반분양을 하루 앞둔 광복절 휴일인 만큼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삼삼오오 ‘샘플하우스(본보기 집)’를 찾은 관람객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혹시 우리 가족이 살게 될지도 모를’ 멋진 집을 상상하며 공사 현장에 들어선 이들은 그러나 큰 실망감만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후2시께 “분양이 끝났다”며 갑자기 샘플하우스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일부 관람객들이 “청약접수가 내일부터인데 벌써 분양이 끝났다니 무슨 말이냐”고 따졌지만 현장의 한 관계자는 “어쨌든 지금부터는 들어갈 수 없다”며 앞을 막아섰다. 관람객들의 화를 돋운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발산지구는 무려 5,600여가구가 들어서는 대규모 택지지구다. 그런데도 번듯한 모델하우스는커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건물의 집 한 채를 샘플하우스로 ‘대충’ 꾸며놓고 수많은 예비 청약자를 맞았다.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안전모도 씌우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관람을 강요한 셈이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 분양팀의 한 관계자는 “샘플하우스 진입로를 공사 현장과 분리했기 때문에 안전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샘플하우스를 왜 사흘 동안만 공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집도 공사를 계속해야 하고 안전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는 모순된 답변을 내놨다. 모델하우스 건설 비용이 결국 소비자한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SH공사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SH공사가 시행하는 은평 뉴타운과 비교하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명박ㆍ오세훈 전현직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인 은평 뉴타운은 분양 9개월 전부터 큰 비용을 들여 초대형 주택전시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발산지구의 주택은 대부분 철거민 등에게 특별 공급되는데다 일반 분양분은 별로 없어 수요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집 한 채라도 더 팔아보려 갖은 애를 다 쓰는 민간업체들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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