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의 원천이 됐던 리비아 오일머니 지배력이 상당 부분 반정부 세력에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리비아 내전상황이 장기화하더라도 오일머니가 차단되면 용병 등 친위세력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카다피로서는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리비아의 반정부 세력이 주요 석유 수출항인 라스라누프ㆍ마르사엘브레가의 정유 및 원유수출 시설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가지 주민들이 자체 조직한 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거대 석유수출항인 라스라누프와 엘브레가, 사막에서 이들 항구로 연결되는 송유관 통제권을 반(反)카다피 세력이 탈취했다"는 현지 주민들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반정부 혁명대원들은 그곳 시설이 파괴되거나 석유수출이 중단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혁명대원들의 보호 아래 대부분의 원유수출 물량이 평소와 같이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다피는 반정부 세력의 입지가 확대되기 시작하자 군과 자신의 추종세력에 항구를 폐쇄하고 석유시설을 폭파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리비아 외교관을 역임했던 미 웨스턴코네티컷주립대학의 아부바커 사드 교수도 "카다피의 권력은 근본적으로 오일머니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며 "이제 대부분의 원유생산지역이 반정부 시위대의 수중으로 넘어감에 따라 리비아 오일머니에 대한 카다피의 철통 지배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카다피의 통치권은 수도 트리폴리로 집중돼 있지만 트리폴리 자체의 재정능력으로는 카다피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12번째 석유수출국인 리비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60만배럴 규모로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후 최소 40만배럴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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