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전까지 평온한 상태… '50분전 붕괴 조짐' 안보여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20일 사고 당시 현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영상은 이벤트업체 직원이 촬영한 것으로 사고가 난 체육관 안팎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이 영상이 사고 당시 상황을 밝혀줄 중요한 자료인 셈이다.
경찰은 수사본부가 설치된 경주경찰서에서 20일 브리핑을 갖고 사고 순간이 생생하게 찍힌 동영상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사고 당일인 지난 17일 이벤트업체 직원이 체육관 중앙 부분에 영상카메라를 설치해 신입생 환영회 무대 상황 전반을 찍은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영상은 3시간 용량의 테이프에 환영회 장면이 1시간가량 녹화돼 있었다. 영상 초반부에는 무대 위 남학생들이 무대 밑으로 뛰어내려가 마음에 드는 여학생들을 데리고 올라가는 '커플게임'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후 체육관 붕괴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분량이 13초가량 이어진다. 오후9시5분께 무대 뒤쪽 지붕에서 '쩍쩍' 하는 소리가 들리고 사회자가 위를 쳐다보는 순간 지붕의 왼쪽과 오른쪽이 'V'자 형태로 동시에 붕괴된다. 이 순간 학생들은 무대 맞은편 출입문과 오른쪽 벽면의 또 다른 출입문 등을 향해 흩어진다. 지붕 붕괴 조짐 이후 13초 만에 영상은 검은색 화면으로 바뀌고 학생들의 비명 소리만 들린다.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환영회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뀐 것이다.
경찰은 "사고 50분 전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일부 진술은 동영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학생들은 평온한 상태로 환영회를 즐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 입장과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고려해 영상을 비공개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사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경찰은 이날 리조트 및 대행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업무상과실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또 경주시청·설계사무소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체육관 인·허가 서류와 설계도면 등을 바탕으로 부실공사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수사회의를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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