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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3월 17일] 자본시장 주도권 되찾을 때

지난주 말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는 결국 지구촌 위기에 대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자는 선언적인 합의만 이끌어낸 채 G20 정상회의로 공을 넘겼다. 워낙 참여국들의 이해가 갈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회의 개최 전부터 지금의 위기국면을 전환시킬 구체적인 행동강령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드러난 결과는 한마디로 ‘말의 성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시작된 지난 6개월간의 금융 및 실물위기 동안 각국이 여전히 한치도 자신들의 이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엄정한 ‘자연법칙’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앞서 열렸던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역시 기대와 달리 중국 정부는 추가 경기부양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전인대를 통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새로운 롤모델 역할에 나서주기를 희망했던 지구촌 국가들은 일단 기대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G20 재무장관회의나 중국의 전인대 결과는 외부에서 ‘회생의 불씨’를 들여오려던 우리 경제에는 ‘글로벌 위기’와 ‘한국의 위기’가 같으면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교훈이다. 해외자본이 증시 좌지우지
리먼 사태 이후 지난 6개월간 한국 경제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서로 맞물리면서 심하게 요동쳤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였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자본시장이 외국인투자가들에 의해 뿌리깊게 장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때 주식시장 상장기업의 40% 이상(시가총액 기준)을 외국인투자가들이 차지했을 정도니 해외자본의 이탈은 외환 및 주식시장의 축을 뒤흔들 수밖에 없었다. 객관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더라도 지난 1997년 국가 외환위기 이후 근 10년간 이어진 자본시장 주도권 상실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적인 비용을 참 많이 치렀다. 말이 좋아서 자본시장 선진화 또는 시장 개방화였지만 이로 인해 얻어야 했던 증자나 출자 등 안정적이고 건전한 자본조달 효과는 상당히 미미했다. 오히려 알토란 같은 기업 내부유보금을 겨냥해 유상감자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방식을 동원해 악착같이 투자자금을 회수해가는 외국자본의 냉혹함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때 한국같이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많이 개방된 국가가 더 많은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시장 개방의 아이러니’다. 기업연금제도 적극 활용해야
한 단면만 생각해보면 ‘한국에서의 주식시장 위기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위기’일 뿐이다. 숱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안타깝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투자가들이 곤욕을 치르는 지금 국내 자금이 주도권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본을 동원하면 현금이 필요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보유주식을 어렵지 않게 가져올 수 있다. 자금조달이 문제겠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기업연금제도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돈이 씨가 말랐다지만 머니마켓펀드(MMF)에만 120조원 이상 몰릴 정도로 시중자금은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 의지와 국내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확신이 화답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한국의 위기’를 풀어낼 실마리를 찾을지 모른다. 게다가 수출은 해외 경제환경에 묶여 있고 내수시장 및 금융시장은 부동산 침체에 발목이 잡혀 있는 우리로서는 난마처럼 얽힌 경제를 풀기 위한 선순환의 첫 단추로 외국인투자가들이 이탈하고 있는 주식시장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각국은 현재 위기타개를 위해 다양한 접근루트를 찾고 있다. 우리가 자력으로 주식시장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한다면 적어도 ‘한국의 위기’를 타개할 디딤돌은 마련하는 셈이다. 덩달아 자본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것은 아주 훌륭한 ‘보너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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