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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국제자금 흐름 바꾸는 '오일머니'

월街 유대계 자본 아성에 도전장<br>차이나달러와 함께 세계자본시장 '큰손' 부상<br>투자대상국 성장 도와 '고유가 충격' 도 줄여<br>각국 유치경쟁 치열 전망속 중동입김 커질듯



『 오일 머니, 산유국들의 기름 팔은 돈. 지금 이 돈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판세를 흔들고 있다. 그리고 이 추세는 앞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고유가 시대가 굳어지면서다. 중국계 화인(華人)자본, 그 질풍노도의 기세 속 대륙 뒷편 사막으로부터 몰려오는 또 하나 큰 바람-바로 오일 머니의 태풍이다. 』 세계 자본시장의 헤게모니를 거머쥐고 있는 자본은 단연 미 월가. 그 중에서도 유대계 자금이다. 지금 이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지구촌 ‘돈 맥(脈)’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오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 보유고를 기반으로 한 차이나 달러. 그리고 또 하나가 오일 머니다. 세계는 흔히 지난 80년대를 저팬 달러, 그리고 그에 앞선 70년대를 오일 달러의 시대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70년대 당시를 국제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오일 머니 시대로 규정하기엔 몇몇 면에서 다소 무리가 없지 않다. 진짜 오일 머니의 시대는 지금부터 우리가 만나게 될 시기일 수 있다. ▦고유가 충격, 오일 머니 환류(還流)로 세계 경제 피해 줄여=자본시장의 관점에서 지난 70년대를 오일 머니의 시대로 단정짓기 어려운 이유는 당시 원유를 팔아 축적한 자금이 세계 시장으로 되돌아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데 78~79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석유수출 총액은 2년 만에 2배나 급증했으나 이들 국가의 해외 수입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산업구조 자체가 워낙 낙후돼 벌어들인 오일 달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았고 내수 시장도 부실, 비효율적인 곳에서 재정이 빠르게 증발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오일 머니의 힘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수입 규모가 엄청 늘고 있는 데다 이들 산유국의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시설 투자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오일 머니가 아랍지역내 설비투자수요를 충당하고 남을 정도로 확대되며 자산운용차원에서 대규모 오일 달러가 서구 선진자본시장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중 미국으로 유입된 오일 달러 규모가 제일 많다. 미 경제가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자본수지가 흑자를 유지, 지속적 경제 성장을 해나가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일 달러는 미 경제에도 적잖이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 같은 점들이 70년대 석유파동 당시보다 세계가 느끼는 타격이 훨씬 덜 한 이유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오일 달러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중동 산유국들의 입김이 커지는 상황이다. ▦70년대 오일 쇼크때완 다른 양상, 국제자금 흐름이 바뀐다=70년대와는 다른 양상의 오일 머니 시대가 전개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국제자본시장 파이프라인의 다양화 가능성이다. 즉 ‘절대 지존’ 월가의 세계 자본 시장 지배력이 축소될 소지가 커지고 있다. 80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계 ‘자팬 머니’의 경우 10년 불황에 빠졌던 경기로 인해 쇠약해진 힘이 예전만 월등 못하고 유로권 자금도 지지 부진한 경제 상황으로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차이나 달러와 함께 오일 머니의 국제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확대되면서 세계 시장내 위치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오일 머니가 향하는 곳은 각국 증시와 부동산 등의 금융자산. 국제금융연구소(IIF)에 따르면 중동산유국이 향후 2년간 전세계에 걸쳐 사들일 주식 채권 부동산 규모는 줄잡아 총 3,6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 증시를 향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투자 규모가 계속 늘고 있으며 아시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대규모 사우디계 오일 달러가 벤처 캐피털에 유입된 한국은 그중 한 사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당부분의 글로벌 달러계 자금이 국제상품시장 및 헤지펀드 등에 투기적으로 유입, 국제 금융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는 데 반해 화인 자금 및 오일 머니는 투자대상국, 나아가 세계 경제의 견실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세계가 지금 치솟는 유가로 어려움에 맞닥뜨려 있지만 반대로 시장 상황은 풀린 오일 머니로 인해 개선되는 효과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석유 그리고 오일 달러는 국제 자금 흐름 변화를 주도하며 세계 경제 전체에 부담과 활력을 동시에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착되는 고유가 시대…“오일 머니를 잡아라”=유가 ‘슈퍼 스파이크’(super spike:초급등) 시대. 배럴 당 160달러의 ‘살벌한’ 진단까지 나오는 상황처럼 향후는 고유가 시대가 고착될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근본적으로 수급에 따른 문제다. 이 같은 추세가 현실화될 경우 월가, 그 중에서도 유대계 자금의 국제금융시장 지배력은 지금보다 어떤 형태로든 축소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예견된 차이나 달러의 부상과 함께 원유가의 상승 추세가 급격히 꺾이지 않는 다면 오일 머니가 국제 금융시장?큰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동시에 오일 머니를 노리는 각국간 경쟁은 또 다른 한편에서 치열히 전개될 것도 명약관화하다. 이 같은 추세는 이제까지 글로벌 정치ㆍ경제 구도 속 존재가 크지 않던 이슬람, 특히 중동권의 부상을 의미하고 있다. 특히 이런 흐름 속에 세계 제2의 산유국 러시아가 도사리고 있음도 눈길을 뗄 수 없는 대목이다. 중동이 힘을 얻고 러시아가 석유를 앞세워 국가 재건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간다면 세계 정치경제 지도는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오일 달러. 이슬람 수장의 이름을 따 ‘셰이크 달러’라고도 부르는 이 기름 때 묻은 돈의 시대가 이제 눈앞에 도래하고 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은 국제금융시장이다. 중동 지역에 이해 관계가 크게 걸려 있는 우리로선 눈을 크게 뜨고 그 향배를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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