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의 꿈과 낭만을 가득 싣고 떠나곤 했던 경춘선 여행길. 지금도 춘천행 완행열차를 타고 청량리를 떠나 마석, 대성리, 청평, 강촌역 등을 지나다 보면 민박 집 앞마당에 모닥불 피워 놓고 밤새도록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젊은 혈기를 맘껏 발산했던 학창시절 MT의 추억이 저절로 떠오른다. 지난 주 말, 포드의 대형세단 ‘파이브헌드레드’를 타고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가슴속 깊이 담겨 있던 아련한 옛 추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왔다.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과거 기차여행의 묘미는 없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북한강변 풍광은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나를 정겹게 맞았다. 파이브헌드레드는 말이 대형 세단이지 실상은 대형 RV(레저용차량)과 같은 느낌을 준다. 넉넉한 실내공간에 무려 골프백을 8개나 실을 수 있다는 대형 트렁크까지 갖추고 있어 중장거리 여행 길에 제격이다. 출발에 앞서 간단한 운동기구와 간식거리 정도만 실었더니 빈공간이 너무나 커 보일 정도였다. 시동을 걸자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엔진이 켜졌다. 바깥의 추운 날씨 때문에 운전석 열선을 작동시켰더니 10초가 지나기 무섭게 순식간에 등과 엉덩이로 따뜻함이 전해왔다. 한 겨울 추위도 ‘파이프헌드레드’ 안에서는 더 이상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남양주 IC를 지나 46번 국도를 타고 본격적으로 경춘가도를 달렸다. 이른 새벽이라 가끔씩 화물을 실은 대형트럭만 씽씽 달릴 뿐 오가는 차도 별로 없다. 도로는 구불구불. 말 그대로 국도다. 시속 80㎞를 넘어 순식간에 120㎞를 넘어섰지만 마치 서행을 하는 듯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달렸다. 순간 가속력이 뛰어난 차는 아니지만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인지 눈을 질끈 감고 시속 150㎞이상으로 달려도 차체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다. 현대차의 그랜저보다도 길고 넓은 ‘5,100(길이)×1,895(폭)×1,530(높이)mm’의 차체 탓에 연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마저도 기우였다. 이 차의 연비는 리터당 9.1㎞에 달해 기름값이 많이 들 것이라는 편견을 말끔히 씻어줬다 실내 공간 역시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배어 있다. 메모리 기능 및 열선 내장 가죽시트, MP3 기능의 6CD 오디오, 키패드, 오토램트, 후방주차 보조센서 등 다양한 편의장치를 갖추고 있지만 어지럽게 나열돼 있지 않고 조작하기 쉬운 위치에 잘 배치돼 있다. 한마디로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강조했다는 얘기다. 경춘국도는 주말이면 상습 교통체증으로 워낙 악명이 높은 구간이지만 이곳 저곳에 놓여 있는 다양한 조작버튼을 눌러가며 성능을 시험하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지루함을 느낄 새 조차 없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