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버스 하단에는 연잎이 무성하고 그 앞쪽과 뒤편에는 벗은 여인들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있다. 저 멀리 화면 상관엔 산맥이 펼쳐지며 해가 산에 걸려 있다. 인물들은 한결같이 연체동물처럼 왜곡 표현됐으며 주변의 풍경과 인물이 혼돈된 상태로 어우러져 있다. 현실의 풍경이기보다는 태초의 풍경, 원생의 풍경이라고 해야 어울릴 것만 같다. 마치 인물과 주변의 대상들이 황토빛을 내뿜으며 건강한 생명의 찬가라도 부르는 듯한 풍경이다.
최영림(1916∼1985)은 원시의 풍경을 비롯해 설화적·민속적 주제의 그림을 즐겨 그렸다. 장화홍련전·심청전 같은 전래의 이야기들을 주제로 한 작품은 그가 애착 깊게 다룬 내용들이다. 그의 화면은 흙을 연상시키는 황토 빛깔이 주조를 이루는데 내용에 어울리는 색조를 구현하기 위해 흙과 모래를 안료에 혼용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화뿐만 아니라 목판화에도 두각을 나타냈다. 목판 특유의 단색조에 바탕을 둔 설화적 주제는 유화에 못지않은 강한 인상을 남기며 그의 예술적 지평을 넓혔다. /글·사진=뮤지엄 산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