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월가는 이른바 '모디노믹스(Modinomics)' 기대감에 인도 증시를 브릭스(Brics) 가운데 가장 유망 투자처로 꼽고 있다.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은 경기둔화, 고물가 등에 발목이 잡힌 반면 '인도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나렌드라 모디 신임 총리가 경제 개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인도 증시가 2012년 일본, 멕시코와 같은 황소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비틀거리던 코끼리가 황소로 돌변"= 인도 증시의 대표 지수인 센섹스지수는 올 들어 22% 정도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최고의 상승률이다. 모디가 이끄는 인도 국민당의 총선 승리가 예상된 지난해 8월 이후로는 44%나 폭등했다. 인도 루피화 가치도 올 들어 3.4%, 지난해 8월보다는 13.2% 올랐다.
인도의 인수합병(M&A)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인도의 M&A 규모는 350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7%나 늘었다. 지난 2011년 상반기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까지 보류됐던 M&A 협상이 모디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에 속속 체결되고 있는 것이다. 전임 맘모암 싱 정권의 반시장적인 정책에 등을 돌렸던 외국인 투자가들도 속속 돌아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올 1~2월 3억5,400만달러에서 5월 89억 달러로 급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170억 달러에 이른다.
또 딜로딜에 따르면 외국인에 의한 인도 기업 M&A 규모는 올 들어 26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1억 달러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같은 M&A 규모는 신흥시장 가운데 중국에 2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디 정부가 물가 하락, 인프라 개선, 경기 부양 등의 개혁 조치를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은행 예금이나 금, 부동산을 선호하던 인도인들도 증시로 몰리고 있다. 올 5월에만 인도내 뮤추얼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4억1,600만달러로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메시 다마니 파이낸스의 라메시 다마니 설립자는 "개인 투자가들이 돌아오면서 내년까지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뮤추얼펀드연합도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인의 전체 투자액 가운데 은행 예금은 60%에 달하지만 뮤추얼 펀드 비중은 2.5%에 불과하다"며 "중산층의 성장 등에 힘입어 뮤추얼 펀드 투자 금액이 현재 1,670억 달러에서 5년내 3,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추가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블룸버그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감안하면 센섹스 지수의 주가 수준은 2007년 고점 대비 여전히 28% 정도 낮다"며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업 이익이 앞으로 1년내 20% 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10일 첫 예산안 발표가 분수령= 이처럼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는 가운데 월가의 관심은 오는 10일 나오는 무디 정부의 첫 예산안에 쏠리고 있다. 무디노믹스가 재정적자 감축, 인플레이션, 노동 개혁 등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순식간에 실망감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984년 라지브 간디 전 총리가 승리했을 때도 센섹스 지수는 14개월만에 2배로 뛰었다. 하지만 개혁 지연에다 부패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1986년1월부터 1988년 3월까지 주가가 41%나 폭락했다.
영국계 스탠다드생명투자의 마크 빈센트 펀드 매니저는 "몇몇 종목을 판 뒤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무디 정부는 전력 부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SJ은 "외국 기업의 자산 매입에 대한 소급 과세,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육성을 위한 예산 집행, 비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예산 삭감, 전력·도로·철도 등 인프라 건설 등 4개 부문의 대책이 투자가들의 관전 포인트"이라고 설명했다.
또 '병든 코끼리'로 불리던 인도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가 단번에 해결될 리도 없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달 말 내놓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 수출과 해외 송금 등에 힘입어 경상적자가 개선되고 산업생산과 수출 등 경제 펀더멘털이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기존의 문제에다 중국 경기 냉각, 이라크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까지 등장했다"고 우려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IPU플러스자문의 아닐 아후자 최고경영자(CEO)는 "1년 뒤 기업 이익 예상치를 감안하면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MSCI신흥시장지수보다 43% 정도 높다"며 "지금 투자가들은 행복감에 도취돼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라는 경계론에도 아직은 긍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키산 라틸랄 초크세이 주식&증권의 키산 라틸랄 초크세이 회장은 "모디는 경제 아젠더를 내걸고 승리한 첫번째 총리"라며 "경제 개혁을 실행할 방법과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윌리엄 블레어&코의 토드 맥클론 신흥시장 주식 매니저는 "중국은 성장 둔화, 브라질은 고물가와 저성장, 러시아는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인도는 브릭스 가운데 가장 유망한 지역"이라며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아직 주식을 사지 못한 글로벌 투자가들이 덤벼들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