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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며 돈방석에 앉은 애플이 762억달러(8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유현금을 어디에 투입할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일단 미래 성장동력 발굴차원에서 인수ㆍ합병(M&A) 등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찾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현금을 활용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면 이를 주주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압력도 커지고 있어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WSJ은 "애플이 보유한 현금이 모두 761억5,600만달러(6월말 기준)에 달한다"며 "막대한현금성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애플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이처럼 엄청난 현금을 비축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세계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투자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올 3ㆍ4분기(4~6월)에 285억7,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82%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막상 노텔네트워크로부터 특허권을 사들인 것 이외엔 단 1건의 M&A도 진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애플이 지난 1990년대 현금 부족으로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어 현금 비축에 열을 올리는 남다른 기업문화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컨설팅회사인 샌포드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애플이 투자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저금리로 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주주 배당에 나서는 게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정보기술(IT)업계의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애플처럼 현금을 쌓아두는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탠다드푸어스(S&P)에 따르면 미국 상위 500개 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9,630억달러에 달하며, 마이크로소프트(608억달러)와 구글(391억달러) 등도 애플과 비슷한 수준의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기업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경제여건에서 일종의 안전망처럼 현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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