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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표펀드는 하루살이?


3년 전 한 시중은행에서 추천한 펀드에 가입한 회사원 A 씨. 그간 환매하지 않고 인고의 시간을 버텼던 지인들의 펀드가 40% 이상 수익 냈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투자한 펀드 수익률을 확인한 A 씨는 크게 실망했다. 펀드 수익률이 40%는커녕 이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A 씨는 해당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월간운용리포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소개된 펀드의 리포트는 클릭 한번으로 찾을 수 있었는데도 해당펀드의 월간리포트는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3년 전만 해도 해당 운용사의 대표펀드라며 판매사 직원 추천 리스트에 꼽혔던 이 펀드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대표펀드에도 임기가 있다는 사실은 펀드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면 해당 운용사의 대표펀드가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펀드라도 성과가 저조해지면 이듬해 새로운 경영전략에 따라 새로운 대표펀드를 내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때 신문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판매사 추천펀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대표펀드들이 한순간에 잊혀지는 것도 대표펀드 지위를 박탈당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한 펀드 매니저는 "전임 대표이사의 꼬리표가 달려 있는 펀드를 그대로 키우는 사장은 거의 없다"며 "신임 대표이사가 오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서 대표펀드로 키우는 게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대표펀드로 갈고닦았던 상품이 뒷전에 놓이는 것은 한순간이다. 뒷전으로 밀려나도 운용성과가 꾸준하다면 다행이겠지만 전폭적 지원을 받던 과거와 같이 꾸준한 성과를 내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올해 유독 대표펀드들의 임기만료 행진이 우려되는 것은 상당수 운용사들의 CEO가 교체됐거나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펀드 환매로 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체되는 CEO들이 올해는 유독 많다. 상당수 대표펀드들의 임기만료가 예고된 셈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운용사 CEO들의 꿈은 장기운용펀드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표펀드의 종신집권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지난 1977년부터 수십년간 운용되며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처럼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펀드의 탄생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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