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 기차도 크루즈여행처럼 기차 안에서 쇼핑을 하고 쇼를 관람하고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레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 지난해 9월 취임한 길기연(50ㆍ사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는 취임 후 1년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전력을 다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1년은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가 내놓은 키워드가 '복합문화공간'이다. "철도는 에너지 효율성이 항공기의 27배, 고속버스의 29배에 달합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저탄소 교통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지요. 열차를 단순히 '잠자는 공간(sleeping train)'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감성공간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 길 대표의 수첩은 온갖 메모로 빼곡하다. 판매 카트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소음을 귀뚜라미 소리로 대체하고 열차 내 프리미엄도시락 예약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길 대표의 메모에서 나왔다. 그래서 길 대표에게는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그의 별명은 여행업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그가 여행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7년 당시 최대 여행사인 아주관광여행사에 입사하면서다. 처음 배치된 부서는 패키지상품 판매 파트였다. 학벌ㆍ지연으로 뭉치고 텃세가 심한 조직문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신선한 아이디어와 특유의 추진력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장의 신임을 받아 초고속으로 과장 승진을 했다. 1989년 정부의 여행시장 자유화와 함께 길 대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퍼시픽아일랜드클럽(PIC)이 길 대표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한 것.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는 PIC 사업총괄부장을 맡아 전환점을 맞는다. PIC는 당시 국내에서 고객 유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국내 대표 여행사들을 모아 현지 팸투어를 떠나는 한편 호텔 그랜드볼룸을 빌려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결국 3개월 만에 1,000명을 모객해 현지로 여행을 보내는 성과를 거두며 그의 추진력이 다시 발휘됐다. PIC에서 자신감이 생기자 길 대표는 허니문이 해외로 넓어질 것으로 판단해 1992년 아예 허니문여행사를 차렸다. "사랑의 별빛축제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이벤트들을 선보이면서 해외 허니문을 트렌드로 정착시켰습니다. 휴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낭만과 축제가 어우러진 허니문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확보한 것이 성공 비결이었지요."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길 대표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IMF 외환위기로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여행상품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존의 유명 국내 허니문 상품들조차 경쟁사들의 덤핑전략에 고사 위기로 내몰렸다. 여행업에 회의를 느낀 그는 우연찮은 기회에 정치와 연을 맺게 된다. 1990년대 중반 고려대 대학원(정치학과)에서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던 그를 유심히 지켜본 당시 신한국당 정치인들이 그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인 것. 서울시 관광진흥위원회, 서울시의회 의원, 한나라당 광진을 당원협의회 위원장,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 하나씩 이력을 늘려가면서 정치인으로서 능력과 가능성을 스스로 시험했다. 여행에서 정치로 10여년간 '외도(?)'를 했던 길 대표는 먼 길을 돌아 여행업과의 인연을 다시 이어가게 된다. 지난해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공채에 지원해 코레일에서 30년 넘게 근무했던 본부장과 경합을 펼쳤던 것이다. "서류심사에서는 당연히 코레일 출신인 상대방이 높은 점수를 받았지요. 하지만 중역들이 주관한 면접에서 판세를 뒤집었습니다. 앞으로 기차여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한 덕분이지요. " 취임 후 길 대표는 관광 분야 영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아직 매출비중은 낮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 관련 부서를 전면 배치하고 관광 분야 인력을 늘려 전담팀을 구성했다. 좋은 상품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알리지 못한 상품을 리뉴얼하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취임 6개월 만에 관광 분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00%나 급증한 것이다.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세계 3대 여행박람회 가운데 하나인 'JATA세계여행박람회 2010'에서는 코레일관광개발의 '레일크루즈 해랑'이 일본 '2010 올해의 최고 여행'의 해외 패키지여행 부문 대상(그랑프리)과 국토교통성대신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방방곡곡이 기차를 매개로 숨을 쉬고 생명력을 찾게 만들고 싶습니다. 21세기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기차여행의 르네상스'를 열어나가는 데 코레일관광개발이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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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설립이래 첫 흑자전환 기대 이달 중순께 렌터카 사업 노크 지난 2004년 8월 설립된 코레일관광개발(옛 코레일투어서비스)은 기차여행이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관광여행사업과 승무 서비스사업(승무 서비스 제공 및 교육사업), 유통사업(객실 내 판매 서비스)을 주력으로 하는 코레일 관계사이다. 이 회사는 10월 말 현재 관광 분야 매출(26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80%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설립 이후 관광 부문 연간적자가 5억~6억원에 달했던 적자행진에서 벗어나 올해는 설립 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길기연 대표가 관광여행사업의 중요성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영업을 강화한 덕분이다. 길 대표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678억원의 매출(승무 및 유통 포함)과 22억5,000만원의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년간 다양한 테마의 기차여행상품이 길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고가상품이라는 이유로 국내 여행사들이 포기했던 '레일크루즈 해랑'을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각종 테마 관광열차와 에코레일 MTB열차, 페리와 열차를 연계한 '정동진+바다열차+일본 요나고' 상품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이달 중순부터는 KTX 경부선 2단계 개통에 맞춰 렌터카사업에도 진출한다. 동대구역에서 50여대의 렌터카를 운영하는 한편 신경주역과 울산역에서도 연내 렌터카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길 대표는 "지금까지는 기차역에 내리면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법을 따로 찾아야 했지만 기차와 렌터카를 연계하고 가격 혜택까지 제공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사업영역을 더욱 넓힌다는 전략이다. 야경열차ㆍ한류스타열차ㆍ페리연계열차ㆍ성지순례열차ㆍ사찰탐방열차 등 다양한 테마를 접목해 운영한다. 특히 전통가옥을 대상으로 역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코레일트레디셔널하우스ㆍ가칭)하거나 폐차될 예정인 새마을호 객차를 활용한 대규모 숙박시설(트레일파크호텔ㆍ가칭)도 선보이며 숙박업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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