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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분당 을(乙) 선거 결과의 참 뜻
입력2011-05-01 17:16:18
수정
2011.05.01 17:16:18
지난주 우리 동네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가 초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여ㆍ야 후보들은 한결같이 지역의 숙원사업인 아파트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투표는 전통적인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번 대선에서 MB에게 71%의 지지표를 몰아줬던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유권자들은 선거공약이 어떻게 지켜질지를 지켜봐야 한다. 선거공약이란 대부분 돈 드는 일이다.
따라서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이 국가 재정을 피폐하게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공약이 정치적 목적에서 3무(무상급식ㆍ무상복지ㆍ무상교육) 등을 내세운다면 정권을 잡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 선거공약은 집권 후에 국가 전체의 이해득실을 따져서 불리하다면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선거 공약이 그와 같이 '지키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으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에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백지화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해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세종시 수정안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이런 공약들은 대부분 이념이나 정치발전보다 저속한 매표행위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에는 '기업 프렌들리' 기조를 내세우더니 후반에 접어들면서 친서민정책ㆍ공정사회ㆍ동반성장 등 인기 영합적인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전향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점점 줄어드는데 따르는 초조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최근에는 아예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 중소기업에 나눠주자는 '이익 공유제' 및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들을 견제하자는 주장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기업을 모두 국유화하겠다는 것인가.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때에도 볼 수 없던 급진좌파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에서 나오는 것이 놀랍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주의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중도 노선의 정체는 무엇인가.
선거공약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약속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세청을 방문하고 앞으로 세원은 넓히고 세율은 낮추겠다고 했다. 대선 때에는 법인세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규제의 전봇대도 뽑겠다고 공언했다. 정부 규제, 준조세 등 기업활동의 부담을 줄여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소위 MB노믹스의 골자였다. 그러나 정부 규제 및 준조세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정책당국은 언필칭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우리금융ㆍ기업은행ㆍ산업은행 등의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의 금융규제가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가. 금융환경은 대내외로 많이 변했다. '변화가 많을수록 오히려 제자리로 되돌아간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공기업 민영화도 후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법정매각 시한을 넘겼건만 아직도 정부가 붙들고 있다. 대책 없이 매각하면 이것마저 외국자본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다.
정부는 은행을 민영화하기보다 정부가 소유하고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의 텃밭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도 은행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
인사철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낙하산 인사들을 볼 때 관치금융을 폐지하겠다는 약속은 공허하게만 들린다. 선거에는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고 하겠지만 믿을 수 없는 약속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신뢰할 수 없는 정권이 어떻게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겠는가.
정권창출은 인기영합적인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분당을의 패배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분노 때문이다. 기로에 선 한나라당이 더욱 급진좌파 정책을 밀고 나가느냐 아니면 초심으로 돌아가 친(親)시장 정책으로 귀환하느냐 행보가 극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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