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며 삼성ㆍLGㆍ현대차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는 것. 한국은 올해 'G20' 행사를 개최하는 등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언뜻 보면 우리가 잘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러한 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을 찾으라면 진보적 지식인으로 통하는 경북대 경제통상학부의 이정우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참여정부 초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 교수는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는지 반문한다. 분배 경제학, 불평등 경제학 분야의 권위자답게 이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분배 정책에 큰 문제가 있다고 단언한다. 지난 40여년 간 성장위주의 정책을 실시한 결과 분배와 나눔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로 인한 계층간 갈등과 빈부격차는 그 어느 국가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양극화, 빈부격차는 세계화ㆍ정보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비단 한국적 상황에만 국한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저개발국가는 물론이고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극단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사회에서 분배정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이유를 반공이데올로기에서 찾는다. 분배를 강조하면 이는 곧 '좌파'라는 등식이 성립해 누구도 쉽게 입에 담을 수 없었다는 것. 그가 직접 펜을 든 이유는 이러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한 것이고 한다. "우리나라가 상당히 높아진 소득수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진국이 못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배계급의 역사의식 부족과 성장 지상주의에 매몰된 탓이 크다." 비정규직 증가현상, 부동산 문제, 빈곤문제, 세계화와 복지국가 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총망라했다. 2만3,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