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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폭탄'에 초토화 된 대구 부동산시장

준공후 미분양 상반기 2만가구 넘을듯<br>계약자들 "집값 안깍아주면 입주 거부" 반발<br>일부 현장은 아예 공사 올스톱 잡초만 무성<br>"시행사 10곳중 9곳 자금줄 말라 문 닫을 판"


“흉물도 이런 흉물이 없어요” 대구 수성구 사월동의 ‘시지우방유쉘2차’는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했어야 하는 아파트다. 그러나 22일 찾은 이 현장은 폐허를 방불케 했다. 단지 입구에는 출입금지 팻말만이 내걸린 채 잡초가 무성했다. 건물에서 삐져 나온 철근마다 벌겋게 녹이 슬어 있다. 이 아파트는 총 298가구 중 70%가 넘는 21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자금난으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채 11월 현장이 멈춰섰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자들로서는 공사가 중단돼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되돌려 받은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이 공사 현장은 벼랑 끝에 몰린 대구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대구 아파트 시장이 ‘입주 폭탄’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로 분류되는 지난 2005~2006년 사이에 공급된 물량들이 미분양인 상태로 지난해 말부터 줄줄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현지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구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총 20개 단지 9,135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완공후 아직 빈집 상태인 물량까지 포함하면 2만 가구를 훌쩍 넘는다는게 업계의 추산이다. ◇분양가 안 깎아주면 입주 거부=‘입주폭탄’의 여파로 집값이 폭락하면서 계약자들의 아파트 입주거부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수성구 상동의 D아파트 계약자들은 단지 입구에 ‘입주자 사전 점검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채 집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김상도 입주자위원회장은 “분양가 3억6,000만원선인 119㎡형의 분양권이 2억9,000만원선”이라며 “집값을 할인해주지 않으면 입주 거부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분양가 할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구 범어동에서 분양중인 한 건설사 분양사무소장은 이에 대해 “대구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는 예외없이 계약자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다 다 죽는다’ 위기감 고조=대구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침체로 접어들면서 현지 부동산업계의 긴장감 역시 고조되고 있다. 미분양은 물론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까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1월말 현재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은 7,127가구로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대구의 전체 미분양(2만1,560가구) 3가구 중 1가구가 집을 다 지어 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동경 성원D&C 부사장은 “대구의 시행사 10곳 중 9곳은 자금 경색으로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정부가 처음부터 시행사의 PF 체질 개선 등 공급 합리화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고 말했다. 공급은 풀어놓은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수요만 묶어 수급불균형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이다. 김영학 영남외대 겸임교수 역시 “부동산 정책은 시장 흐름에 후행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양도세 감면 등의 대책이 너무 늦게 나왔다”며 “이제는 실물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수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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