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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내가 맞췄어.""오 그래. 내가 죽인 놈들 꼴을 좀 봐." 2007년 7월 12일.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상공을 돌던 미군 아파치 헬기가 지상에 모인 군중을 향해 갑자기 총구를 연다. 조종사들이 군중 가운데 AK소총과 로켓발사기로 무장한 적군이 섞여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표적이 대부분 민간인임을 알아챈 후에도 후회는커녕, 희생자 시신을 향해 농담을 주고받고 심지어 야유까지 보낸다. 인간에 대한 존엄을 망각한 미군 조종사들의 행각을 여실히 보여준 이 장면은 5일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군이 촬영했던 비디오파일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6일 뉴욕타임스(NYT)와 영 일간 가디언은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의 민간인 공격 상황을 사진과 교신내용을 곁들여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공격 헬기 조종사들은 군중 가운데 AK소총과 로켓포로 무장한 6명을 육안으로 발견했고, 곧바로 본부에 공격허가 요청을 한 후 이들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 공격으로 당시 현장에서 취재하던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와 차량 운전사를 포함, 민간인 12명이 사망했고, 어린이 2명이 부상했다. 하지만 이 비디오엔 미군이 공격 이유로 밝혔던 무장 세력의 모습은 담겨 있지 않다. NYT는 "로이터 기자의 촬영 장비들을 조종사들이 무기로 오인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미군의 잔혹성을 보여준 이 비디오 화면은 공개 즉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건 발생 후 계속 미군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던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드러난 비디오 내용은 전쟁취재에 따른 위험성과 비극에 대한 증거"라고 밝히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위키리크스'는 17분 분량의 미군 헬기 공격 동영상에 이어 "아프간에서 벌인 미군의 민간인 살상 증거화면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미군은 "이미 우리가 시인한 내용"이라며 파문의 확산을 진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NYT는 이에 대해 "최근 공개된 당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군은 희생자 주변에서 중화기가 발견된 사실, 로이터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을 공격 이유로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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