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고도(古都)인 서울은 많은 ‘기억’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들은 책 속에 남아있을 뿐이죠. 최순우 옛집은 몇 안 되는 소중한 ‘기억의 장소’입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홍남(57ㆍ사진)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최순우 옛집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순우 옛집을 찾는 시민들은 이곳에서 역사적 인물의 체취와 당대 도시의 낭만을 읽는다. 고요한 정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전통차를 마시며 잠시나마 스스로를 침잠(沈潛) 시키는 풍경이야말로 내셔널트러스트가 최순우 옛집 복원사업을 통해 기대했던 모습이다. “해외 선진국에 가면 역사적 인물의 거처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모차르트가 1년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이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곳이 별로 없어요. 최순우 옛집이 앞으로 훌륭한 ‘역할모델’이 돼 주길 바랍니다.” 김 관장이 내셔널트러스트의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아 최순우 옛집을 복원해내기까지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도시 속에 있어 값비싼 부동산을 매입할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우 옛집을 반드시 성공사례로 만들어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로 밀어붙인 끝에 결실을 맺었다. 김 관장과 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회는‘역할모델’로서의 최순우 옛집이 갖는 의의를 깊이 새기기 위해 지금도 문화유산 회의를 최순우 옛집에서 개최한다. 문화유산 보존 1호의 장소에서 강원도 영월의 동강마을, 인천 중구의 근대문화 유산인 조계지(租界地) 등 차기 문화유산 보존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것이다. “건축은 문화유산의 너무나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전통 건축과 현대 건축은 결국 하나로 통하게 돼 있어요. 내셔널트러스트는 현대사회 속에서 건축문화 유산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펼칠 것입니다”라는 말로 김 관장은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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