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으로 미국 재고량 최고치… 폭락 가능성 커져
국제 유가와 거꾸로 움직이며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로 폭락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내 천연가스 저장 시설이 가득 차, 과잉 생산된 천연가스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각지에서 과잉 생산된 천연가스가 저장시설로 대거 유입돼, 비축 용기의 압력이 올라가 더 이상 저장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라바마주에서 뉴멕시코주에 이르는 천연가스 생산지에서는 본격적인 소비 시즌인 겨울철을 두 달 이상 남겨 놓았지만 재고량이 1조740억 입방피트에 달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오는 10월 3조8,000억 입방피트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EIA가 추산한 총 저장시설 용량은 3조7,890억 입방피트이며 올해 1,000억 입방피트의 시설이 추가로 증설됐다. EI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텐드레드 리더데일은 "원유 저장 탱크와는 달리 천연가스는 비축량 확인이 쉽지 않다. 천연가스는 저장고에 더 이상 가스를 넣을 수 없을 때가 가득 찬 상태"라고 말했다.
소비가 줄어들 경우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다. 하지만 천연가스 시장은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카르텔이 없어 가격 하락에 따른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천연가스 생산업자들이 현재보다 높은 가격에 위험을 헤지해 놓아 감산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형 천연가스 생산업자인 체사피크 에너지는 지난 4월 생산량을 하루 4억 큐빅피트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줄인 것은 7,400만 피트에 불과했다. 이 회사의 대표인 오버레이 맥클랜던은 "지금 상황에선 자발적으로 감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조만간 어쩔 수 없이 감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이 돼 저장중인 천연가스가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전에 저장고가 가득 찰 경우 잉여 생산량이 파이프라인으로 넘쳐 나올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천연가스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옵션 트레이더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2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데 베팅하기 시작했다. 생산된 천연가스를 더 이상 저장할 곳이 없어질 경우 현물가격은 이보다 더 추락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27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천연가스는 100만BTU(1BTU= 252㎈)에 2.87달러, 10월 인도분은 3.27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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