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8일 “최근 유가상승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위축시키고 있으며 ‘지금부터’ 고유가가 세계 경제성장을 지체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그린스펀 의장은 이날 일본 기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기 둔화 가능성 가운데 그 동안 줄곧 인플레이션 억제에 정책 초첨을 맞춰온 그린스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직후 최근 하락세를 지속했던 미 국채 가격이 아시아 시장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날 발언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정책에 어떤 변화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그린스펀 의장 역시 이날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경제 구조는 지난 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비교해 훨씬 더 효율적이 됐다”며 “오늘날 고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70년대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슨 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우 크랜달은 “그린스펀이 석유 수입국들의 고통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이것이 통화 정책 완화로 이러한 고통을 완화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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